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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정의감 중독사회

[새책] 정의감 중독사회

[파이낸셜뉴스] 정의감 중독사회/안도 슌스케/또다른 우주
언제부턴가 각자의 정의로 서로를 공격하는 세태가 심해지고 있다. 정의를 내세우면서, 공정을 내세우면서 약자를 차별하고 혐오를 조장하기도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악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온라인 세상에 익숙해지면서 가깝고 먼 인간관계에 대한 거리 감각이 저하돼 사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과도하게 참견하려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제 연예인이나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사람들 누구나 사생활이 공개되고 비판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참교육, 신상 털기, 디지털 자경단이 온라인에 횡행하고, 사람들은 사적제재와 자력구제를 다룬 드라마에 열광한다.

'정의감 중독 사회'는 일본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사건으로 시작한다.

한 프로레슬러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자신이 아끼는 레슬링 유니폼을 다른 출연자가 세탁기에 넣고 빠는 바람에 못 쓰게 되자 상대 출연자에게 크게 화를 냈는데, 방송 후 그 레슬러의 태도를 지적하는 글이 쏟아지고 개인 SNS에도 많은 악플이 달리자,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사건이 발생한 2020년에는 코로나19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이 방역 지침을 잘 지키는지 서로 감시하고 환자 발생 지역 번호판을 단 자동차의 차주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는 등 타인을 공격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저자는 복잡하고 혼란한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한편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추구하는 정의를 실현하려면 상대방을 공격하고 비난하는 것보다 그들 스스로 마음을 열도록 이끄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