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후보로 강력하게 떠오른 위르겐 클린스만.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과거 독일·미국 축구대표팀을 이끈 경력이 있는 세계적인 레전드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전 감독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새 사령탑 후보로 떠올랐다. 현재까지는 매우 유력한 분위기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 독일 키커를 위시한 각종 외신의 전언이다.
그간 국내외 매체들에선 호세 보르달라스(59) 전 발렌시아(스페인) 감독, 토르스텐 핑크(56) 전 함부르크(독일) 감독, 비하디 할릴호지치(71) 전 모로코 감독, 로베르트 모레노(46) 전 스페인 감독 등의 이름이 후보로 거론됐다. 클린스만은 정확하게 7번째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후보다.
독일축구 레전드 클린스만…선수시절 美월드컵 한국전서 골
1994년 미국 월드컵 브라질 대표팀. 당시 클린스만은 한국전에서 골을 넣기도 했다. /뉴스1
해당 사실은 독일 매체인 키커에 의해서 전해졌다. 키커는 지난 22일 클린스만 전 독일대표팀 감독이 한국 대표팀의 새 사령탑 후보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클린스만은 이미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최고의 선수다. 미국 월드컵 당시에는 한국전에서 그림 같은 터닝 발리슛으로 골을 뽑아낸 바 있다. 클린스만의 공세로 한국은 전반 0-3으로 뒤지다가 후반전 홍명보의 중거리슛 등 맹활약으로 2-3까지 맹추격하기도 했다.
선수 시절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클린스만은 A매치 108경기에서 47골을 기록, 독일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과 199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지금까지 한국에 왔던 지도자 중 가장 화려한 선수시절을 보냈다.
'성공' 대표팀 감독…독일월드컵 3위·브라질월드컵 16강 지휘
클린스만은 당시 무너진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훌륭한 성과를 내었다. /뉴시스
클린스만은 지도자로서도 훌륭한 성과를 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지도자의 길을 걸은 그는 2004년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200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팀을 3위에 올려놓았다.
당시만해도 독일 축구 대표팀은 안팎의 비난을 받고 있었다. “전차군단은 끝났다. 전차가 녹슬었다”라는 비아냥을 받았다.하지만 클린스만은 부임하자마다 강력한 세대교체를 감행했고,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3위라는 훌륭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바이에른 뮌헨 감독을 거친 클린스만은 2011∼2016년에는 미국 대표팀을 맡아 2013년 골드컵 우승,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의 명확한 전공을 세웠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는 어느정도 검증된 인물이라는 의미다.
'실패' 클럽팀 감독…재택근무 논란·무전술 비판에 현장공백까지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했던 수석코치 요하임 뢰브 감독은 무려 15년간의 장기집권을 했다. /뉴시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클럽팀 이력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
국가대표팀에 경력이 집중된 클린스만은 클럽팀에서는 그리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2008년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감독으로 부임한 뒤 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무엇보다 2019년 11월 헤르타 베를린(독일) 감독에 오른 뒤에는 구단과 재택근무 갈등 등으로 고작 77일 만에 사퇴했다.
그후 클린스만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의 일원으로 활동했는데 TSG에는 차두리 FC서울 유스 강화실장도 속해있었다. 키커는 이 점을 언급하며 “차두리를 통해서 클린스만이 한국과 연결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최근 3년간은 현장을 떠나있었다. 클린스만을 향한 비판의 지점은 또 있다. 전술적인 특징이 없다는 것이다. 빌드업이라든가 압박축구 같은 그의 축구를 정의할만한 요소가 없다. 독일 대표팀을 이끌 당시 선수들에게 나왔던 “체력 훈련 외에 한 것이 없다”는 불만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 독일 언론은 클린스만 감독은 요아힘 뢰브 수석코치 등 코칭스태프에 선수 점검이나 대표팀 스케줄 조정을 상당 부분 맡기고 자신은 미국에서 보고받는 형식을 통해 일을 처리했다고 밝히기도했다. 이른바 ‘재택근무’ 논란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온다면 차두리가 큰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스1
이는 클린스만 감독의 이력에 흠집을 내는 대표적인 이력이다. 요하임 뢰브 감독이 독일 대표팀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한국 대표팀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아니 오히려 이런 부분을 수용해야 그를 데려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지배적인 추측이다. 한국에서는 불성실함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은 이런 성향은 임기 내내 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서 클린스만 감독은 사단을 구성하고 있다. 코칭스테프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할 것인만큼 많은 금액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 들어와서 선수들과 함께 생활했던 벤투 감독과는 다소 다르다.
獨 "차두리가 연결"…7번째 韓대표팀 사령탑으로 결정될까
한국 대표팀은 클린스만 감독의 단점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연합뉴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할 경우 역대 한국대표팀 감독 중에서는 가장 이름값이 높은 감독이다. 일단, 한국의 격을 높이는데에 분명히 일조할 수 있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국가대표로서는 충분한 업적을 증명한 바 있다. 여기에 한국에는 독일 축구의 경험이 풍부하고 독일어에도 능통한 차두리가 있다. 무엇보다 전술적인 약점이 있지만, 선수단을 장악하는 능력은 탁월하는 것이 독일 매체의 분석이다.
3년 가까이 현장을 떠나 있었기에 현장에 대한 열망도 분명히 동기부여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아직까지는 확실히 결정된 것이 없다며 이를 함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과 결별한 뒤 새 감독을 물색 중이다. 기한은 다음달 우루과이와의 A매치 이전까지는 새감독 선임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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