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총괄
코트라 전 CIS본부장 겸 모스크바 무역관장
"전쟁 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1위였으나..."
"중국 업체 득세...하이얼, 샤오미, 하발 등 세 불려"
"유럽 기업 등 카자흐스탄 등 주변국 통한 거래"
"한국 화장품, 생활용품 등 현지서 인기 지속"
코트라 이정훈 전 CIS 지역 본부장 겸 모스크바 무역관장이 지난 24일 서울 염곡동 코트라 본사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1년'을 맞아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코트라 제공
[파이낸셜뉴스] "전쟁이 언제 끝날 지는 예견할 수 없으나, 이미 각국의 많은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사업에 관심을 갖고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정훈 코트라 전 CIS지역본부장 겸 모스크바 무역관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을 맞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당부했다. 그는 26일 "우크라이나 재건이라는 큰 그림은 유럽과 미국주도로 그려질 것이나, 이후 실적적인 복구활동이나 이에 필요한 기자재, 장비, 건설 등은 이미 이라크 재건사업의 경험이 있는 한국기업에 유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우크라 재건사업, 물밑 치열"
이 전 본부장은 이달 초 서울본부로 귀임하기 전까지 3년 간 모스크바를 본부로, 러시아 전역과 우크라이나를 관장하며, 독립국가연합(CIS)를 총괄했다. 그는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관련, 물밑에서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나 기업들은 벌써부터 전후 복구사업에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 '마샬플랜'을 능가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전후 복구 사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달 15~16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국제박람회는 22개국·300여개 기업들이 참가할 만큼 높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산한 복구 비용은 1조달러(약 1300조원), 세계은행은 6000억달러(약 780조원)가 들어갈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후 복구 비용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서방의 제재에 동참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스타벅스 자리에, 이와 유사한 명칭의 스타스 커피가 들어서 운영 중이다. 코트라 이정훈 전 CIS 지역 본부장 겸 모스크바 무역관장 제공 사진.
스타벅스와 이와 유사한 명칭의 스타스 커피가 모스크바 현지에서 유통되고 있다. 코트라 이정훈 전 CIS 지역 본부장 겸 모스크바 무역관장 제공
모스크바 현지의 화장품 가게에 한국 화장품들이 진열돼 있다. 코트라 이정훈 전 CIS 지역 본부장 겸 모스크바 무역관장 제공.
■
러, 인접국 무역 활발..관심 가져야
이 전 본부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1년을 거치면서 대러 수출제재로 인해 러시아 휴대폰 시장의 1위, 가전시장의 1위였던 삼성전자, LG전자의 자리를 중국 하이얼, 샤오미가 대신하고 있으며, 현지 자동차 시장 1위였던 현대차 역시 중국의 하발 등에 선두를 내준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중국기업들에게 결코 밀리지 않았을텐데, 현재는 중국 기업들이 모스크바 현지 주요 쇼핑몰은 물론이고, 소규모 도시, 지방 등에서 매장 규모를 확장하는 등 세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은 철수 대신 버티기를 택한 곳이 많지만, 가전·자동차 등은 반도체 등 전략물자들이 포함돼 있어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이 전 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당장 포기하고 나오면, 1달러에 러시아에 국유화 돼 버리기 때문에 기업들로선 매일 손실을 입으면서도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힘겹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지 잔류 국내 기업들은 70~80개사다.
그는 "국내 많은 수출기업들이 대러시아 무역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오해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은데, 서방의 제재 품목인 반도체 등 전략물자를 제외한 화장품, 생활필수품, 유아용품 등은 수출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실제 러시아 현지에서 한류붐 지속으로 한국 화장품, 식료품 등에 대한 선호가 여전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러시아 인근 국가에서의 무역거래 규모도 커지고 있다. 대러시아 수출거래가 막히니 인접국이 대러 수출 전초기지가 되는 일종의 '풍선효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본부장은 "카자스흐스탄 등 러시아 주변국과의 거래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