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미국 주식시장에 다시 공포가 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다시 심상치 않게 상승하면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금리인상 폭을 더 키울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경기침체 우려가 되살아난 것이 VIX를 다시 올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다음달 안에 VIX가 주식시장 폭락 때나 볼 수 있는 75까지 폭등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연중 최저치 찍고 급상승
26일(현지시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VIX는 이달 1일 연중 최저점을 찍었지만 지난주 한때 23을 넘어 연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VIX가 20 미만이면 시장이 안정적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그 이상이면 투자자 공포로 변동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다음달에 VIX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보다 높은 70을 넘어설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지만 2020년 이후 처음으로 40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VIX는 66.04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4일(79.13)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하락 안정세를 보이던 VIX가 지난주 후반부터 급등한 것은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상승한 여파가 크다는 분석이다. PCE 가격지수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선호하는 물가지표로 꼽힌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월 PCE 가격지수는 5.4% 올라 전년동월(5.3%) 대비 0.1%p 상승했다. PCE 가격지수의 상승 폭이 전년동월보다 확대된 것은 7개월 만이다. PCE 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 7%에 육박하면서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 상승 폭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연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관련, WSJ는 "연준 관계자들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0.50%p의 금리인상을 뜻하는 '빅스텝'을 재개할 것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올릴 것인지 가늠이 안 된다는 신호다.
■증시 상승은 신기루인가
올해 미국증시는 장밋빛 일색이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는 이달 초 "개인투자자들이 2021년 이후 가장 많이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자가 많을 때 급등해 주목받는 밈(Meme) 주식의 거래도 활발했다.
투자운용사 와이스멀티스트래티지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크 에드워즈는 "올해 1월 랠리 때는 연준의 긴축이 소리 없이 지나갈 것처럼 보였다"면서도 "이제 그 확실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불붙은 헤지(위험회피) 수요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하락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풋옵션 비용을 증가시켰다.
실제로 S&P500을 1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SPDR S&P 500'의 풋옵션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비싸다.
또 연준과 투자은행들에 따르면 4% 이상의 단기예금 수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증가한 상태다. 머니마켓펀드(MMF)의 개인 자산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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