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 안건 올라온 상장사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이 늘어나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소액주주가 결합하면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선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하는 상장사 수는 올해 50곳 안팎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분 매수·배당 확대·이사 추천 제안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 2월 15일 남양유업 이사 대상 주주제안을 단행했다. 파트너스가 요구한 남양유업 일반주주 지분 50%의 공개매수 단가는 주당 82만원이다. 취득금액은 1916억원 규모다. 5대 1 액면분할도 요구했다. 우선주 상장폐지를 막고, 보통주 및 우선주의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또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심혜섭 변호사(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언론홍보분과 부위원장)를 감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홍원식 남양유업이 재판의 최종 결과로서 지배주주 지위를 한앤컴퍼니에 양도하게 될지 지위를 회복하게 될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일반주주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안건들에 찬성표를 행사, 차파트너스에 의결권을 위임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앤컴퍼니도 대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일반주주로서 권리를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감사 선임을 통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2년 9월 펀드를 만들어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다. 2022년 3월 주총을 앞둔 에스엠에 지배구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감사 선임 주주 제안을 했다. 에스엠은 답변을 피했지만, 주총에서 수많은 소액주주가 의견을 행사해 얼라인파트너스는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창사 이래 첫 배당도 이뤄졌다. 얼라인파트너스를 통해 카카오, 하이브까지 에스엠의 경영권 분쟁에 참전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한국철강 소액주주들도 2월 23일 회사를 상대로 자사주 매입·소각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한국철강은 '자사주 소각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며 안건 상정을 거절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1일 이후 주주제안을 정기와 임시 주총 안건으로 올린 상장사는 2월 24일 기준 17곳으로 집계됐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와 ES큐브, 휴마시스, 유니켐, 디씨엠, 어반리튬, 한진칼, 디엔에이링크, 사조산업, 광주신세계, 지더블유바이텍, 대원강업, 국보디자인, 전방, KB금융, 하이록코리아 등이다.
주주제안은 주로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이사·감사 선임이나 해임 등이다.
에스엠의 3월 31일 정기 주총 안건 중에는 이사 선임과 정관변경 등 주주제안이 다수 포함됐다. 광주신세계는 3월 22일 정기 주총에 주주가 제안한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올렸다. 사조산업도 다음 달 23일 정기 주총에 주주가 제안한 배당과 액면분할 안건을 상정했다.
시장에선 '주주제안'을 이달 정기 주총 안건으로 올리는 상장사 수는 작년 27개사에서 올해 50개사 안팎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임시 주총을 포함하면 100곳 내외까지 증가할 수도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작년에 정기와 임시 주총 때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한 기업과 안건 수가 각각 41개사와 100여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재 소액주주 모임과 행동주의펀드가 관심을 보이는 상장사 수만 수십 개에 이른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는 "우리와 연계해 활동하는 주주 모임은 10∼20개 수준"이라며 "일부 모임은 사조산업, 알테오젠, 오스코텍, DB하이텍, 이수화학 등에 주주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주식농부'로 알려진 큰손 주주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도 농심홀딩스 등 12개 상장사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을 제안했다.
행동주의 펀드로 분류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과 BYC에 배당성향 제고 등을 주주 제안했다.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도 KISCO홀딩스에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을 요구했다.
공기업도 타깃, 법정대응도 불사
공기업도 행동주의펀드, 소액주주의 타깃이 될 전망이다.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를 상대로 자신들이 제안한 분할계획서 승인과 이사 선임 등을 정기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법원에 의안 상정 가처분을 신청했다.
앞서 FCP는 지난 1월 1% 이상의 지분율 요건을 갖추고 올해 주주총회 안건을 공식 접수한 바 있다. 해당 안건에는 사외이사 추천을 비롯해 평가 보상위원회 정관 명문화 등이 담겼다.
FCP의 상세 분할 계획서에 따르면 분할이 이루어져도 독립 법인인 한국인삼공사는 분할신설회사의 자회사로 유지될 전망이다. 분할계획서에 기재된 분할 신설회사의 이사회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인사로 구성됐다.
이상현 FCP 대표는 "차석용 대표는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재임 동안 주가와 매출, 영업이익을 각각 22배, 8배, 17배로 성장시킨 대한민국 대표 최고경영자(CEO)"이라며 "한국인삼공사를 글로벌 K-푸드로 도약시킬 수 있는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소액주주들은 한국가스공사 상대로 소송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가스공사 소액주주연대는 2월 24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사가 삼천리 등 도시가스 소매업체들을 상대로 미수금 반환 소송과 채권 추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사가 나서지 않는다면 미수금 방치를 이유로 공사의 이사와 감사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집단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스공사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은 공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가스공사는 순이익의 최대 40%를 주주들에게 배당해왔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익과 순이익은 2조4634억원, 1조4970억원이었다. 각각 전년 대비 99%, 55% 증가했다.
하지만 이번 겨울 '난방비 폭탄' 문제가 부각되자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무배당을 결정했다. 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작년 1·4분기 4조5000억원, 2·4분기 5조1000억원, 3·4분기 5조7000억원, 4·4분기 8조600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 1·4분기엔 12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사의 미수금이 계속 늘어나는 이유는 민수용 가스 요금 영향이다. 민수용 가스는 서민 부담 경감 등을 이유로 원가 미만에 공급되고 있어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가스를 수입해 도매로 공급하는 공사가 소매업체들에 이미 공급한 가스에 대한 요금을 받아 미수금을 해결하라는 의미로, 공사의 미수금 회계 처리 방식을 사실상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가스공사는 판매 손실금을 자산 중 하나인 미수금으로 분류하고 있다. 영업손실을 추후 정부가 정리해 주는 것을 전제로 한 처리방식이다. 이에 따라 적자가 쌓여도 재무제표에는 흑자로 기재돼 '착시 효과'가 나타난다.
손실을 미수금으로 처리하다 보니 이를 만회하기 위한 채무 규모도 급증했다. 지난해 공사의 연결기준 부채액은 52조142억원으로 전년 대비 50.5% 늘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가스공사의 소액 주주는 6만5979명이다. 소액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수는 2700만5834주로 총발행주식수(8582만6950주)의 31.5%에 달했다. 주주대표소송 참여 요건은 상장주식 0.0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하면 된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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