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 CI
[파이낸셜뉴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이슈가 일단락된 가운데, 카카오의 지분 투자를 두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 논란을 피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7일 에스엠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발행하는 123만주 규모의 신주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또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114만주(보통주 전환 기준)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 9.05%를 확보했다.
기업 인수가 아닌 지분 취득 형식 이유를 두고 전략적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분 인수를 동원하면 에스엠의 내분을 이용한 인수합병(M&A)으로 오해 받을 수 있지만, 투자 형식을 빌리면 항간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리스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최근 오픈된 에스엠,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간 사업협력 계약서상에도 신주우선권, 음원 유통 계약 등은 위법 소지가 다분해 M&A 의혹이 높다"며 "이에 카카오는 사업 제휴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앞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골목 상권 침해 논란, 데이터센터 화재 등 무차별 확장에 따른 관리 부작용이 속출하며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카카오 계열사는 187개(국내 134개)에 달한다. 2013년 국내 계열사는 16개에 불과했으나 해마다 평균 13.5개 증가한 것이다. 인수 과정과 달리 인수 후 통합(PMI)에 소홀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5년 간 카카오가 늘린 기업 10곳 중 9곳에 대해서도 시장 독점에 대한 심사는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한 M&A 중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만 따지는 ‘간이심사’만 거친 사례는 10건 중 약 9건이다. 지난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에서 받은 '카카오·네이버 기업결합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카카오가 신고한 기업결합 62건 중 85.4%인 53건이 간이심사로 결합 승인됐다.
이런 이유로 올 1월 공정위의 대통령 업무 보고에는 "지배력 확장 우려가 큰 M&A 심사를 더욱 강화하고, 플랫폼 분야를 따로 분리해 담합 등 시장 반칙 행위를 중점 감시하겠다"고 보고됐다.
결국 이번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 투자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위한 포석일 뿐이란 지적에 힘이 실린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도 지난 2018년 8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엑스엘게임즈에 100억원, 넵튠에 190억원을 투자해 각각 4.6%와 11%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2020년 엑스엘게임즈의 지분 53% 확보하며 대주주에 등극했다. 게임업계 상징적인 M&A로 양사간 윈윈(win-win)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결국 카카오게임즈 상장을 위한 것이란 비난도 상존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각각 72.9%, 18.2% 지분을 보유한 일본 웹툰 애플리케이션 '픽코마' 운영사인 카카오픽코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흡수합병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각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위해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당시 공시를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픽코마는 웹툰을 비롯한 스토리 지식재산권(IP) 사업 협력을 위해 옵션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면서도 "카카오픽코마를 흡수합병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중동 자본의 투자를 받으며 연내 상장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며 "에스엠에 사업 제휴를 표방한 지분 투자 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 힘 싣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나온다"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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