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스 공동CEO, 첫 공식 언급
통신사 '분담' 주장에 반대 밝혀
"고객과 CP에 이중청구하는 셈
콘텐츠 투자 줄고 산업 해칠 것"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월 28일 오후(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 전시장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바르셀로나(스페인)=김준혁 기자】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망 이용료 논란과 관련,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대한 과금이 부과되면 '오징어게임' 같은 인기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또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트'를 통한 기여를 언급하며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인 통신사와 CP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할 때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망 사용료는 이중과금" 반대
피터스 CEO는 2월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에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이같이 발표했다.
피터스 CEO는 "브로드밴드 소비자에 더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ISP가 동일한 인프라에 비용을 두 번 청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통신사들이 주요 CP들에 '공정한 기여'를 거듭 촉구한 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셈이다. 넷플릭스 CEO가 공식 석상에서 직접적으로 망 이용대가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터스 CEO는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게임'을 언급하며 CP에 대한 과금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유럽 권역 내 규제기관인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 등 일부 기관에서는 망 이용료 과금의 효율성과 정당성 부재 등을 이유로 망 이용대가에 대해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는 점도 거론했다.
피터스 CEO는 "(CP까지 망 이용료를 분담할 경우)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줄고, 창작 커뮤니티를 해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고가의 통신사 요금제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킬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럽소비자단체연합인 BEUC의 지적을 언급, "(ISP의 행동이) 소비자를 위한 더 낮은 가격 혹은 더 좋은 인프라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통신사·CP 각자의 역할 해야"
CDN을 비롯해 콘텐츠로 유발되는 트래픽을 낮추기 위한 노력들도 언급했다.
피터스 CEO는 "넷플릭스는 10억달러(약 1조3250억원) 이상을 투자해 자체 CDN인 오픈커넥트를 만들었고, 이를 ISP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현재 175개국 6000여곳에 위치한 1만8000여대의 서버가 오픈커넥트의 일부로 연결작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CP에 대한 망 이용료 부과가 '이중과금'이라는 주장도 거듭 내세웠다.
피터스 CEO는 "트래픽을 사용하는 브로드밴드 소비자들은 이미 구독료를 통해 네트워크 개발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소비자에 더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 역시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ISP가 동일한 인프라에 대해 비용을 두 번 청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넷플릭스의 영업마진이 브리티시텔레콤, 도이치텔레콤보다 현저히 낮다는 부분도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라며 "예전 유료TV 시절의 방식을 생각해서 오히려 넷플릭스가 네트워크사업자에게 콘텐츠 제작비용을 같이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다만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라면서 "넷플릭스의 사업은 창작자, ISP, 기기 제조사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하고 이런 파트너십 정신이 있기에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CP와 ISP가 각자의 의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전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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