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선박 뜨며 엔진 중요성 확대
한국조선이 인수땐 사업 시너지
한화그룹은 HSD엔진 인수로 선회
조선 3강체제, 엔진 사업 중심으로
HD현대-한화그룹 ‘2강구도’ 재편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전경. 한국조선해양 제공
HD현대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단독으로 STX중공업 인수 본입찰에 참여해 인수가 사실상 확실시된다. 한국조선해양 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도 선박 엔진기업 추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엔진' 사업을 중심으로 조선업계가 기존 3사 체제에서 양강구도로 재편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STX 인수시 중소형 엔진 등 다각화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일 진행된 STX중공업 인수 본입찰에서 단독으로 입찰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사에는 한화, 사모펀드 운용사 소시어스 등도 참여해 경쟁구도를 형성했지만 본입찰에서는 입찰서를 넣지 않았다. 사실상 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와 단독 인수 협상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STX중공업은 글로벌 선박엔진 점유율 3위로 선박용 디젤엔진과 DF엔진,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엔진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을 인수하면 엔진 사업을 다각화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세계 1위 엔진업체(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를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 STX중공업이 가진 중소형 엔진까지 제품군을 확대해 글로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화그룹이 STX중공업 인수전에서 한 발 뺀 것은 또 다른 선박엔진 기업인 HSD엔진 인수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16일 한화그룹은 HSD엔진 지분 33%(총 2269억원 규모)를 인수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데 이어, HSD엔진까지 품게 되면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조선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된다.
■친환경 선박 전환, '엔진' 중요성 부각
조선사들이 너도 나도 엔진 회사 인수에 뛰어든 것은 친환경 선박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기조로 이중연료 엔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국내 선박엔진 업체를 인수하면 친환경 선박 시장도 쉽게 공략할 수 있다. 아울러 자체 선박 건조 일정도 유연하게 조정이 가능해진다.
최근 엔진 생산 업체 인수전이 마무리되면 조선업계의 '빅3' 체제도 'HD현대-한화'의 2강 구조로 재편될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영훈 영남대 조선해양학과 교수는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는 더 엄격해지고 있다"며 "탄소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엔진 등 동력시스템기술을 적극적으로 잡아야 하기에 중장기적으로는 무게중심이 빅3에서 빅2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중공업은 해양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해양플랜트 사업으로 타개해 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전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도 "최근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가 늘어나면서 엔진도 핵심 기술로 떠올랐다"며 "선박 건조 뿐 아니라 엔진까지 자체 생산하면 경쟁력을 높이고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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