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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HMM 민영화 적기 놓쳤나

해운운임 900선 위태, 침체 가시화
올해 영업익 추정치 80% 급감 전망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 HMM의 공식적인 매각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해운운임이 연일 하락하면서 업황 침체가 확실시되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해운사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1000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HMM 매각의 적기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 SCFI 900선도 위험..해운 침체 가시화

6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물동량 감소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3일 기준 931.08을 기록했다. 올해 내내 하락세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주 대비 15p내렸다. 지난해 초 최고점과 비교하면 82%나 급락한 수치다.

문제는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HMM이 향후 지속적인 해운운임 하락시 적자 상황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해운사들의 손익분기 지지선으로 여겨지는 SCFI 1000선은 지난달 10일 995로 하락하며 이미 붕괴된 상태다. 올해와 내년 중에 예정된 컨테이너 선복량 증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를 고려한다면 지수는 800대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HMM은 평균 SCFI가 833였던 2019년 당시 299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마다 손익분기점이 조금씩 다르지만 지수가 보통 1000이하로 떨어지면 경영이 힘겨워지는 것으로 본다"며 "HMM이 코로나 호황으로 큰 영업익을 기록했고 장기운송계약(SC)으로 지금까지 업황 악화에 버텼지만 올해 5월 상당수의 SC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라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작년보다 80% 가량 줄어든 2조746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적기 놓쳐 인수 후보군 찾기 우려"

해운업계 침체가 가시화되면서 정부가 HMM 매각의 적기를 놓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HMM의 실적 우려가 현실화되면 인수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처음 HMM 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민영화 여부와 시기, 후보 기업 등을 두고 의견차를 보이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지난 2일에야 HMM 경영권 매각과 관련한 자문단 구성에 나선 상태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향후 적자가 걱정될 정도의 침체 국면이니 매각 적기를 놓친게 맞지만,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면서 "한창 업황이 좋은 시기엔 너도 나도 가져가려 했겠지만 침체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자를 찾기 어렵고, 매각 가격도 하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인수 후보로 CJ대한통운, SM상선, LX판토스, 삼성SDS 등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후보군이던 포스코그룹과 현대글로비스는 공식적으로 인수를 부인한 바 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