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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돈줄 파산 전세계 '공포의 월요일'[美 SVB 파산 후폭풍 확산]

美 SVB 본점 폐쇄 충격파
예금자보호 안되는 돈만 200조
자금 묶인 스타트업 줄도산 위기
"정부가 개입해야" 목소리 확산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내 예금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나는 모른다" "아직은 사태가 어느 쪽으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 주말이 지나고 13일이 돼야 SVB 사태가 예측이 좀 될 것 같다."(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 출자자)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총자산 약 2090억달러(약 277조원), 총수신액 1754억달러(약 232조원), 미국의 16위 SVB가 사실상 파산하면서다. SVB 본점을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들의 예금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SVB 본점 출입문에 25만달러(약 3억3075만원)까지의 예금은 전액 보장된다는 안내문을 붙였는데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은행의 수신액 가운데 95%가량이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25만달러 이상의 예금이라서다.

■스타트업 생태계 붕괴 우려

문제는 미국 테크·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절반 정도인 44%가 SVB의 주거래고객이라는 점이다. 이에 스타트업들의 자금이 묶여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리콘밸리의 한 출자자(LP) 관계자는 "운영자금을 SVB에 예금해 놓았던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한 VC 대표는 "25만달러는 당장 월요일에 돌려받는다고 해도 25만달러를 초과하는 예금을 언제부터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공포가 큰 것 같다"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내 분위기를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FDIC 예금자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SVB의 예금 규모는 1515억달러(약 200조4000억원)로 추정된다. SVB의 총자산은 2090억달러로 전체 수신 규모를 초과하지만 25만달러 이상의 예금을 즉시 지급하기는 어려워 일시적 자금경색에 처해지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도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시스템 전반 확산 공포

25만달러 이상 예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 금융산업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지고, 무엇보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어 미국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LP 관계자는 "SVB 사태에 대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에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만큼 미국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미국 정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FDIC에 예금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도록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SVB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는 SVB 고객들의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SVB 자산매각을 위한 절차에 착수하고, SVB 인수자 물색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SVB 파산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생겨나면서 투자자들도 채권과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투자처를 옮기고 있다.

theveryfirst@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