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 중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초미세공정 분야 주력인 4㎚(1㎚=10억분의 1m) 개선 제품인 3세대 양산에 돌입한다.
공정 초기 문제가 됐던 수율(양품 비율)을 안정시킨 가운데 초기공정 대비 성능·소비전력·면적 향상 등 기술고도화에 성공하면서 대형고객사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와의 5나노 이하 첨단공정 경쟁도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수율 안정화로 대형고객사 확보
12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4나노 2.3세대 공정 양산을 시작한다. 삼성전자가 4나노 후속 버전의 구체적 양산 시기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세대는 4나노 초기 버전인 SF4E(4LPE) 대비 성능·소비전력·면적이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다. 삼성전자 4나노 초기 버전은 상용화 이후에도 수율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최대 고객사였던 퀄컴이 TSMC로 이탈하는 뼈 아픈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4나노 수율이 정상궤도에 진입하면서 생산능력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을 60%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70~80%대로 알려진 TSMC 수율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수율 향상이 빠르게 이뤄지며 후속버전 양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4나노 노드 공정을 종전 2개에서 5개로 세분화했다. 이에 따라 △SF4E(4LPE) △SF4(4LPP) △SF4P(4LPP+) △SF4X(4HPC) △SF4A(4LPA)로 늘어났다. 4.5세대인 SF4X와 SF4A의 경우 각각 고성능컴퓨팅(HPC), 오토모티브용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2024~2025년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의존도가 높은 모바일 외 제품 비중을 늘려 수익다각화를 모색하려는 것이다. TSMC의 4나노급인 N4P, N4X 공정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3~5나노 초미세공정 경쟁 치열
삼성전자가 첨단공정 성능 향상과 수율 개선 등 기술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TSMC와의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양산 경쟁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고객사 발주 후 제품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은 대형고객사 확보 여부가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수율이 낮아 불량품이 많으면 생산비용이 증가할 뿐 아니라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수주물량 확보가 어렵다.
현재 반도체 공정 최선단 기술은 3나노이지만, 아직 주력은 4~5나노다.
시장조사기관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기준 4~5나노 공정 매출 비중은 22%로, 6~7나노(16%), 16·14·12나노(11%) 등을 웃돌며 가장 높았다. TSMC는 2024년 가동 예정인 애리조나 피닉스 공장에서 4나노 칩을 양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도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파운드리 공장에 4나노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