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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게이트·시그니처은행 줄폐쇄… 가상자산업계 ‘발등의 불’ [SVB 사태 여진]

실버게이트, FTX 등이 주고객
시그니처銀, 업계 예금 27% 예치
가상자산업계 새 은행 물색 나서
美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축소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 급등

실버게이트·시그니처은행 줄폐쇄… 가상자산업계 ‘발등의 불’ [SVB 사태 여진]
12일 폐쇄 명령이 내려진 뉴욕의 시그니처은행. 로이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에서 가상자산업계 주거래은행 두 곳이 문을 닫으면서 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업체들은 이들과 거래할 다른 은행을 발빠르게 찾고 있는 상황이다.

13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실버게이트은행에 이어 시그니처은행도 문을 닫았다. 이들 두 은행은 미국에서 가상자산 사업을 하는 대표적인 은행으로 꼽힌다. 다른 은행들이 가상자산 고객을 받지 않으려 할 때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가상자산업체들의 주거래 은행으로 발돋움했다. 이들 은행은 가상자산을 달러로 환전해주는 시스템을 운영할 뿐 아니라 고객간 실시간 자금이체를 용이하게 하는 결제 네트워크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이들 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이제 미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가상자산 스타트업들은 거래은행 선택지가 거의 없게 된 셈이다. 실버게이트의 주요 고객으로는 지난해 파산한 거래소인 FTX뿐만 아니라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이 있다. 시그니처은행의 경우, 가상자산 업체들의 예금이 2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BC는 이들 은행의 뱅크런 사태를 촉발시킨 데는 정부의 색안경과 규제 탓도 있다고 풀이했다. 지난달 말 미국 금융감독당국은 가상자산기업과 관련된 유동성 리스크를 은행들에게 경고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 1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가상자산 중심 은행인 커스터디아의 연방준비제도 회원 가입 신청을 반려했다.

디지털자산위원회 창립자인 릭 에델만은 "은행과 로펌들은 규제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 회사들과 거리를 두라'는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이는 법적 정당성이 없는 노골적인 편견으로, 지속될 경우 미국의 혁신에 해를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상자산업계는 발빠르게 다른 은행을 찾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일부 가상자산 업체 임원들은 여전히 가상자산 거래처를 맡을 의향이 있는 은행들의 이름을 공유하며 주말을 보냈다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의 경우, 크로스리버 은행과 손을 잡기로 했다. 앞서 USDC는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준비금 일부를 보관하고 있었다고 밝히면서 1달러에 고정돼 있던 시세가 0.88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뉴욕 소재 증권사 니담에 따르면 크로스리버 은행 외에도 가상자산 회사들과 거래하고 있는 은행으로는 웨스턴 얼라이언스, 커스토머 방코프, JP모건, 뱅크오브뉴욕멜론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런스는 현재로서는 은행이 가상자산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가상자산 회사들이 은행을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코인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4일 오후 2시32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9.30% 오른 2만4505.03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8일 2만2348.14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SVB 파산 사태 이후 가격이 급등했다. 이달 초 대비 가격이 은행 파산 여파로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