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조기 탈락한 한국 야구대표팀 이강철 감독이 지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조기 탈락한 한국 야구대표팀 주장 김현수를 비롯한 선수들이 지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이동하고 있다. 대표팀은 대회 1라운드 2승2패를 기록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한국 야구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이동하고 있다. 대표팀은 대회 1라운드 2승2패를 기록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R 조기 탈락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적막하고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지난 14일 귀국했다.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선수단은 이날 오후 2시 도쿄 나리타공항을 출발해 오후 5시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땅에 떨어진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하며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딱 열흘만이다.
열흘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9일 첫 상대인 호주에게 패한 것이 치명타로 다가왔다. 같은 B조인 일본이 전력상 한 수 위임을 고려하면 호주, 체코, 중국을 꺾고 조 2위로 8강에 오르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즉 호주에게 패하는 순간 8강 진출은 무산된 것이나 진배 없었다.
마운드가 문제였다. 김원중(롯데), 양현종(KIA) 등이 피홈런을 허용하며 대표팀 마운드는 붕괴됐다. 마무리인 고우석(LG)도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했다. 이의리(KIA), 김윤식(LG) 등은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다.
일본전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3점을 선취하며 분위기를 탔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영건들이 볼넷을 내주며 줄줄이 무너졌고 결구 4대 13으로 참패했다. 무엇보다 국가대표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다는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겠다. 콜드게임을 당하지 않은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후 3차전에서 체코를 7대 3으로 누르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으나, 호주가 체코를 잡고 조 2위(3승1패)를 확정하면서 8강 진출의 '경우의 수'는 소멸됐다. 중국전에서 22대 2 콜드게임승을 거두며 역대 WBC 한 경기 최다 득점과 최다 점수차 승리 기록을 경신했으나 8강 진출 실패로 의미를 잃었다.
한국은 2006년 제1회 대회에선 4강에 진출했고, 2009년 2회 대회는 결승전에 올라 준우승을 일궜다. 2013년, 2017년 대회에선 각각 첫 경기 상대인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에 충격패하며 연거푸 1라운드에서 짐을 쌌다. 그렇게 WBC 3연속 1라운드 탈락을 확정한 대표팀은 13일 중국전을 끝으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따로 인터뷰나 기념 사진촬영을 진행하지 않고 바로 인천공항을 떠났다. 이강철 감독만이 마이크 앞에 섰다. 이 감독은 “죄송하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선수들은 앞으로도 야구를 해야하니 격려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저를 비난해 달라. 선수들을 향한 비난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끝으로 베이징올림픽의 영웅 김현수(LG)와 김광현(SSG)이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다. 국가대표 은퇴 선언이다. 김현수는 중국전이 끝난 직후 “후배들에게 이 자리를 물려주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대표팀에 많이 나오셨던 선배들께는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아닌 분들이 많이 쉽게 생각하시는 부분들이 아쉽다. 우리와 같은 야구인이라 생각을 했기 때문에 더 아쉽게 생각한다”는 소신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김현수에 이어 김광현도 은퇴 선언에 동참했다. 김광현은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금까지 국가대표 김광현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현수와 김광현은 모두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처음 성인 대표팀에 뽑혔다. 김광현은 그해 8월 22일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일본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6피안타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하며 한국의 결승행을 견인했다.
김현수는 일본과의 예선전에서 대타로 나와 이와세에게 기적 같은 적시타를 때려내며 화제의 인물이 됐다. 한국 야구사의 황금기였고, 길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김현수는 총 10번의 국제대회에 나왔고, 김광현은 7번의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한국야구의 중흥을 이끌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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