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4대 노재팬 운동의 상징으로 지난 3년간 집중포화
2020년부터 점유율 하락...지난해 5%대까지 급락
올초 반등세...배경은
노재팬 약화, 하이브리드카 관심 증가
전기차 시대로 가는 중간기착지로 하이브리드 인기
도요타 라브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한국토요타 제공
올해 1~2월 수입차 차종 '톱5' 판매 현황 /그래픽=정기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노재팬(일본제품 불매운동)은 끝났나."
유니클로·일본맥주·일본여행과 함께 '4대 노재팬 운동'의 상징으로, 집중 포화를 맞았던 일본차가 최근 점유율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3년간 점유율 바닥 끝에 판매량 반등
16일 한국수입차협회의 월간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도요타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ES300h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 최강자인 E클래스를 제치고, 전체 2위로 올라섰다. 도요타·렉서스·혼다 등 3개 일본차 브랜드(닛산은 한국시장에서 철수)의 한국시장 점유율도 반등했다.
일본차는 지난 2017년 18.70%까지 상승했으나,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대항조치로 한국에 수출규제를 발동한 2019년 7월을 기점으로, 국내에서 '노재팬 운동'이 일면서 점유율이 급락, 지난해 5.99%까지 밀렸다.
벤츠, BMW, 볼보 등 유럽차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사이, 닛산이 한국시장에서 전격 철수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본차 딜러들조차 노재팬 운동 와중에 일본차를 택한 고객들에게 "신호 위반시, 다른 운전자들의 범칙금 신고가 들어갈 수 있으니 교통법규를 잘 준수하라" "범칙금이 몇 장 날라올 것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2월에는 일본차 점유율이 10.2%까지 올라갔다. 전년 5.2%에 비해 약 2배 늘었다. 또 1~2월 누적 점유율은 8.22%로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5.99%)가 바닥이었을 것이란 조심스러운 관측이 나온다. 2월 렉서스는 판매량은 전년동월비 2.8배 늘었으며, 도요타도 2.5배 증가했다.
국내 수입차 국가별 점유율 추이 /그래픽=정기현 기자
사라진 노재팬·하이브리드카 선호 영향
자동차 업계에선 일본차의 점유율 반등 조짐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노재팬 운동이 사실상 끝났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기차 전환의 과도기 단계로,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본차 소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충전 인프라 등의 우려로 전기차 구입에 주저하는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중간단계로 하이브리드카를 '중간 기착지'로 택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차 뿐 아니라 현대차·기아도 내연기관차 모델의 신차 출고기간 단축에 비해, 하이브리드 모델은 인기가 치솟으며 여전히 1년 안팎의 대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일례로, 그랜저는 가솔린 모델은 4~5개월의 대기가 필요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10개월 이상 소요된다. 싼타페도 가솔린은 3개월 대기 기간이 필요한 반면 하이브리드모델은 14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렉서스es300h. 렉서스 홈페이지
하이브리드카 선호 현상에 일본차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노재팬 운동은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전기차 구입에 신중한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의 대명사격인 일본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볼 때 국내 시장에서 일본차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고차 업계에선 "중고차로 내놨을 때 감가도 덜되고, 상대적으로 유럽차에 비해 부품비가 싸다는 이점이 있어서 일본차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미 유니클로, 일본맥주 소비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일본여행이 성황을 이루고 있어 일본차 불매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마음의 빗장도 서서히 풀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오는 16~17일)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연내 조기 답방을 계기로 양국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 일본차에 대한 일반의 거부감, 정치적 요인도 걷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韓·獨·日 진검승부...자체 경쟁력 관건
반일 감정을 떠나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느냐, 못받느냐를 위한 진검승부의 시간, 자체 경쟁력을 확인하는 때가 도래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네시스를 필두로 한국차가 유럽차 못지 않게 성장했으며, BMW는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는 럭셔리 시장의 강자로 점유율을 굳혀가고 있다. 점유율 회복을 위한 시장 포지셔닝 전략이 재검토되는 시점이다.
한국토요타는 올해를 '변화의 원년'으로 선언하고, 지난달 도요타 라브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필두로, 올해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8개 신모델을 한국 시장에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올 상반기엔 플래그십 하이브리드 세단 크라운을 출시한다. 토요타의 첫 번째 순수 전기차인 bZ4X도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 차종이 모두 투입되면 한국 진출 후 가장 많은 라인업을 보유하게 된다. 한국토요타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간다는 구상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과도기적 선호를 발판으로, 향후엔 전동화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일본차에 대한 선호를 판가름 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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