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게이트·시그니처뱅크 사태로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규제 급물살
양성화되면 투자 안전성 높아져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글로벌 은행들의 파산으로 스테이블코인이 그동안 제기돼온 리스크를 오히려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기존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시킨 가상자산이다. 기존 통화와 연동된 만큼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실리콘밸리은행(SVB) 및 시그니처뱅크 사태로 인해 코인 1개당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는 현상(디페깅)이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권과 규제 당국에서 논의 중인 스테이블 코인 규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련 규제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의 파산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은행 파산에 위기 노출
15일(현지시간)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친화 금융기관인 실버게이트뱅크와 시그니처뱅크는 가상자산 투자용 계좌뿐만 아니라 결제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들의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쉽게 유입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은행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발생할 경우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안전장치 없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례가 확인됐다.
실버게이트뱅크를 시작으로 SVB, 시그니처뱅크의 연이은 파산으로, 1달러에 고정돼야 할 스테이블코인 USD코인(USDC)의 가격은 한때 86센트까지 떨어졌다.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시가총액 2위에 해당하는 USDC의 디페깅 현상은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시스템 붕괴에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미국 뉴욕주 규제 당국이 시그니처뱅크를 폐쇄한 다음날이(13일)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미국 가상자산거래소들의 거래가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 제미니에서 가상자산 거래량은 최근 한 달 동안 74% 축소됐다. 또 다른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경우 같은 기간 50%, 바이낸스는 29%가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은행들의 혼란이 지속될 경우 향후 몇개월 동안 소규모 은행들이 가상자산업체와의 거래를 꺼릴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 미국에서 실버게이트뱅크와 시그니처뱅크 만큼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금융기관은 드문 편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와 제미니도 JP모건체이스와 간신히 거래하는 정도다.
■"스테이블코인 양성화되면 더 안전해질 것"
미국 내에서 스테이블코인 양성화와 규제 논의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적 계산이 맞고, 그동안 충분한 토론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블록체인협회의 크리스틴 스미스 전무이사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다른 어떤 가상자산보다 미국 의회와 규제 당국의 공통된 관심사였다"며 "실버게이트뱅크와 시그니처뱅크의 파산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실행에 옮길 때가 됐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안은 이미 발의된 상태다. 가상자산에 호의적인 공화당의 펜실베니아주 전 상원의원 팻 투미의 '스테이블코인 신탁법'이 대표적이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기관이 보호준비금을 충분히 마련했는지 규제 당국이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현재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발행사의 자율적인 관리에 맡겼다면, 법안이 통과된 후에는 법적으로 안전하게 관리되는 것"이라며 "투자자들도 은행 파산이나 뱅크런과 관계없이 스테이블코인에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카이코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시장에서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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