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고객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등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은행들의 위기가 비트코인 가격을 올해 최고치로 밀어 올렸다. 시장에서는 본격적인 상승장의 시작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0일 오후 4시24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3.51% 오른 2만7962.7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는 전날보다 0.27% 하락한 3713만1000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이날 3700만원대를 돌파하며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열흘 전과 비교하면 더욱 극적인 상승 폭이다. 무려 42%(1100만원)가량 뛰었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 10일 실버게이트은행 청산과 미국의 '빅스텝' 공포 등이 '겹악재'로 작용하면서 2700만원대까지 빠진 바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영업정지 명령을 받은 직후에는 2600만원대까지 밀리며 투자자들을 공포에 몰아넣기도 했다.
하지만 SVB 파산은 '비트코인 폭등'이라는 반전을 낳으며 랠리를 이끌었다. '탈중앙화' 철학을 기반으로 기존 전통 금융과 대비됐던 코인이 붕괴한 제도권 은행의 '피난처'로 부상하면서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다.
특히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가 최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2위 트레디트스위스(CS)를 32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랠리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인수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진정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이번 상승세를 기반으로 '불장'(Bull market, 강세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발라지 스리니바산 전 코인베이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현재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하지만 규제 당국은 이 사실을 숨기고 있는 은행들의 행태를 허용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 심화면서 달러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비트코인 가격은 90일 내 100만달러(13억1260만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파생금융 상품업체 마렉스의 일란 솔로트 디지털자산부문 총괄 역시 "비트코인은 유동성 조건 및 실질금리와 상관관계가 있다"며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유동성 조건이 확대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새로운 체제(비트코인)로 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신중론도 적지 않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완화되고, 동시에 디지털 자산 규제 강화 기조가 이어진다면 단기 상승 동력은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거시경제에 새로운 변수가 나오거나 은행 폐쇄 사태가 다시 확산한다면 가상자산 시장이 더 이상 상승세를 이어 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