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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페깅 굴욕' 스테이블코인 전망도 우울

SVB發 코인시장 랠리서 소외
부활한 비트코인에 자금 이탈 우려
디파이 아닌 달러파생상품 평가도

글로벌 가상자산시장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요 스테이블코인은 수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회복은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더 큰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상자산 데이터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3대 스테이블코인으로 꼽히는 테더(USDT), USD코인(USDC), 바이낸스USD(BUSD)의 가격은 23일 오후 4시10분 기준 각각 1291원, 1288원, 1289원을 기록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각각 2.4%, 2.3%, 2.1%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15개 가상자산 가운데 일주일 사이 가격이 떨어진 것은 3개의 스테이블코인과 폴리곤(MATIC) 뿐이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BTC)은 11.1%, 리플(XRP)은 16.9%, 라이트코인(LTC)은 12.6% 올랐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기존 법정통화에 가치를 1대1로 연동시킨 가상자산이다. 기존 통화와 연동된 만큼 가치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뱅크 등이 파산하는 과정 속에서 일부 스테이블코인이 파산한 은행에 예치금을 보관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안정성에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코인 1개당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는 디페깅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미선 빗썸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인시장의 랠리는 SVB 파산 이후 미국 은행권에 대한 신뢰도 하락에 기인한 비트코인 강세에 기반한다"며 "USD코인(USDC)을 발행하는 서클(Circle)이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한 달러를 SVB 등에 예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14일 약 17억달러 이상의 코인 상환이 발생해 USDC 가격이 1달러를 하회하는 디페깅이 일시적으로 발생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달에는 바이낸스USD(BUSD)에 대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재 조치로 코인 발행 자체가 중단된 바 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미국 규제당국은 달러와 연동된 주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의 영향력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증권법을 어겼다는 명분으로 스테이블코인을 강하게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TRM랩스에서 법률부문을 총괄하는 아리 레드보드는 최근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법안이 이르면 몇주 안에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스테이블코인이 갖고 있는 일부 리스크는 해소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미선 센터장은 "미국 은행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된다면 과도한 인출로 인한 스테이블코인의 가격변동성은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에는 더 큰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게 블록체인업계의 중론이다. 최화인 에반젤리스트는 "가상자산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대안 자산이었는데 가상자산시장의 전망이 좋아지면서 스테이블코인에 있던 자금들이 비트코인 등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백훈종 샌드뱅크 이사도 "SVB에 USDC의 달러 준비금이 들어있었다는 소식은 스테이블코인이 탈중앙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화폐가 아니라 그저 또 한 종류의 달러 파생상품이라는 사실을 극명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