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젤다의 전설’이라는 게임 시리즈가 있다. 시리즈 첫 게임이 출시된 지 37년 차인,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명작이다. 젤다 시리즈의 공통점이 있다. 유저가 조종하는 초록색 옷을 입은 ‘링크’라는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늘 주인공으로, ‘젤다’라는 공주가 조연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시리즈명은 ‘젤다의 전설’인데 주인공은 링크여서일까,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초록색 옷이 젤다인가요?” 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오늘 주제는 시행령이다. 시행령은 법률로 모든 구체적인 것을 정할 순 없으니 법률이 하위 법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거나, 법률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대신 정한 법규명령을 일컫는다.
시행령과 동떨어진 게임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이유가 있다. 법률과 시행령의 관계가 젤다와 링크의 관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비교해보자. 젤다는 링크가 모험을 떠나게 만드는 동기이자 게임플레이의 목적이지만, 게이머가 플레이 내내 함께하는 캐릭터는 젤다가 아닌 링크다. 마찬가지로, 법령에서 법률은 법의 토대 역할을 하지만 구체적인 규율 사항들은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서 정하게 된다.
얼마 전 본회의를 통과한 확률형 아이템 관련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마찬가지다.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와 표시 의무는 게임법 제2조, 제33조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정보 의무 표시 대상 게임물의 범위와 정보 표시 방법,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검증 기관 등 구체적이고 중요한 내용들은 모두 시행령에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이 시행되기까지 1년 남았다. 이제 공은 문화체육관광부로 넘어갔다. 1년의 유예 기간 동안 시행령을 잘 만들어내야 한다. 법률의 취지는 살리되 그 권한을 넘어서는 안된다. 애석하게도, 문체부는 벌써 ‘옐로우 카드’ 한 장을 받았다. 시행령 제정을 위해 ‘확률정보공개 TF’를 구성하여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는데, 그 구성이 문제였다. 의원실에서 확인해보니 TF에는 문체부외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산업협회, 모바일게임협회를 구성원으로 섭외했고 시행령 과제 책임자로는 순천향대 김상태 교수를 임명하였다.
이 구성은 법의 취지를 위반한 것이다. 특히 게임협회는 개정안을 줄곧 반대해온 곳이다. 백번 양보해서 업계 측 목소리를 들을 필요성이 있다고 하자. 하지만 이용자 측 입장을 대변할 사람이 전무하다. 아무리 봐도 ‘게임 이용자의 권익을 보장’하자는 법의 취지에 맞지 않다. 용의자의 판결을 용의자에게 맡기는 꼴이다. 그나마 다행은 이상헌 의원실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자 문체부가 잘못을 바로 인정하고 시정에 나선 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법이 통과되었다고 안심은 금물이다. 자칫 방심했다간 법이 산으로 갈 수 있다.
문체부가 TF에 이용자 측 인사를 포함시키겠다고는 하나, 여전히 업계 측 인사가 다수를 점한다. 따라서 TF가 편향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시행령이 법 취지와 다르게 만들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지켜봐야 한다. 명심하자. 우리가 공들여 플레이하고 주시해야 할 캐릭터는 젤다가 아니라 링크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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