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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이 21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길복순'은 청부살인 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전도연 분)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3.3.21/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월드스타 배출의 새로운 창구가 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충무로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20여년전 칸영화제를 통해 K콘텐츠의 우수성을 알린 ‘취화선’(2002)의 최민식, ‘밀양’(2007)의 전도연도 예외가 아니다. 최민식이 24년 만에 안방 시청자와 만난 디즈니+의 16부작 드라마 ‘카지노’는 중장년층 남성의 압도적 호응을 얻었다. 어느덧 50대가 된 전도연이 킬러로 변신한 액션영화 ‘길복순’은 오는 31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뒀다.
■‘카지노’ 최민식 “꽃잎이 툭 떨어지듯, 차무식 종말과 어울리지 않나요?”
가진 것은 몸뚱이와 두둑한 배짱뿐인 배 나온 중년 아저씨가 필리핀 카지노업계를 접수했다. 지난 22일 3개월간의 대장정을 끝낸 ‘카지노’는 필리핀에서 카리스마 하나로 카지노 왕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 분)의 연대기를 그렸다.
시즌1이 차무식의 어린 시절을 거쳐 필리핀의 카지노 전설이 되는 과정을 다뤘다면 시즌2에서는 경찰(손석구 분)의 추격 속에서 사라진 100억 행방을 둘러싼 끝없는 의심과 잔인한 배신이 이어졌다. 특히 중장년층 남성의 마음을 훔친 이 드라마는 차무식의 죽음에 “이대로 끝난 거냐?” “시즌3 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반응을 얻고 있다.
종영 후 만난 최민식은 “장난해? 형 그렇게 죽는 거냐? 일주일에 한 번씩 챙겨봤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가냐고? 이렇게 묻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그는 “택시기사도 ‘카지노’ 이야기를 해 인기를 실감했다”며 “(손)석구 아버님도 아들보다 차무식 이야기만 했다고 하더라”며 주위 반응을 전했다.
최민식은 ‘카지노’의 인기 비결로 ‘평범함’을 꼽았다. 밥상 장면 등에 공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평범한 사람도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고 더 좋아질 수도 있다”며 “알다가도 모를 불확실성의 인생, 그걸 차무식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박, 카지노, 권력과 같이 마초들의 로망이 가득한 드라마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뭘 보여줄 것인가? 강윤성 감독의 말처럼 욕망을 쫓아서 불나방처럼 모여들었다가 다 타죽는 이야기”라고 부연했다.
차무식의 종말이 지금과 같이 된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차무식은 양정팔(이동휘 분)과 차를 타고 가다가 ‘화무십일홍'(열흘 붉은 꽃은 없음)을 언급한다. 그는 “욕망을 쫓던 인간이 느닷없이 죽어버리는 그 허무함,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 특히 정팔은 무식에게 아픈 손가락이었다. 말 안 듣는 자식, 막냇동생 같은 그놈이 나를 죽여야 인생이 더 허무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차무식의 죽음이) 느닷없지만, 느닷없어서 좋았다. 꽃송이가 비와 같이 외부의 힘에 의해서 떨어질 수 있지만, 자기 삶이 버거워서, 스스로 낙화하는 경우도 있다. 꽃잎이 뚝 떨어지듯, 차무식의 종말로 어울리지 않나?”
■킬러로 돌아온 전도연 "길복순은 전도연과 닮은꼴"
드라마 ‘일타스캔들’로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되찾은 전도연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에서 살벌한 모습을 선보인다. ‘밀양’ 이후 특정 이미지에 갇혀 연기 갈증이 컸다는 전도연은 제작발표회에서 “(액션영화라는 이야기를 듣고) 기뻤다”며 “시나리오를 안보고 선택한 첫 작품”이라고 말했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사춘기 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회사와 재계약 직전,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전도연은 “(시나리오를 읽고) 생각보다 액션이 많아서 놀랐다”고 돌이켰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내 몸이 부서져도 꼭 해야 한다고 나를 세뇌시켰다”고 부연했다.
전도연을 킬러로 만든 이는 영화 ‘불한당’ ‘킹메이커’의 변성현 감독이다. 변 감독은 "전도연이 그동안 좋은 작품을 많이 했는데, 내가 무엇을 같이 할 수 있을까? 필모그래피에 액션이 별로 없더라, 그래서 액션영화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장르부터 결정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전도연 배우를 지켜보다가 엄마 전도연과 배우 전도연의 간극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을 킬러로 치환했다”고 말했다.
변 감독은 극중 살인청부업을 "슛 들어간다" 등과 같이 영화업처럼 표현한다. 여기에는 전도연에 대한 존경의 마음도 담았다. 그는 "극중 킬러를 칼로 표현하는데, 그 칼은 곧 배우라는 의미를 담았다"며 "'오래된 칼은 날도 무뎌지고, 쓸모가 없어진다는 지적에 길복순의 보스(설경구 분)가 '그 무딘 칼이 더 아프다'고 답하는데, 그 대사가 바로 전도연, 설경구에 대한 헌사였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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