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中, 민관 연합군 형성
세액공제·저리융자 등 지원
공장설립부터 판매까지 챙겨
K칩스법 모빌리티 포함 다행
설비 지원 등 입법화도 필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해외 투자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당장, 국내 주요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중으로 미래차 전환을 위한 입법화와 종합적이며 과감한 정책수립이 마련돼야 국내 시장을 지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국가전략기술로 미래형 이동수단이 포함된 부분은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평가했으나 수출·무역흑자·고용 1위 산업인 자동차 분야에 대한 종합적이고 과감한 정책 수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강 회장을 비롯해 한국GM 협력사 모임인 협신회 문승 회장,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구민 국민대 교수(한국모빌리티학회 부회장)에게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현주소와 글로벌 대응전략을 들어봤다.
―미·중 등 각국이 전기차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강남훈 회장 = 미국, 유럽, 중국은 자동차 산업의 새 주도권 경쟁을 벌이며, 기업과 정부가 '연합군'을 형성해 뛰고 있다. 미국은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자동차를 파는 데 있어 세액공제와 저리융자, 보조금이란 3단계 지원책을 구사하고 있다. 유럽도 미국에 버금가는 정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전기차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푼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기업 입장에선, 과연 어느 나라에 공장을 지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지키느냐, 마느냐의 '골든타임'에 놓였다는 얘기다. 미국·유럽·중국 보다 많게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게 지원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나.
▲조철 선임연구위원 =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투자를 국내에서 할 지, 해외로 나갈지를 놓고, 매우 위태롭고 중요한 시점을 맞이했다는 부분에서 동의한다. 현대차·기아, 한국GM 등의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1년 466만대로 최대를 기록한 이후, 더 이상 국내 생산능력을 늘리지 않았다. 국내에서 생산해 봐야, 수지타산이 안맞는거다. 게다가 미국, 유럽 등의 지원책으로 오히려 해외 생산하는 게 더 이익이 많이 남게 되는 상황이다.
▲문승 회장 = 완성차도 그러겠지만 부품사들로선 살기위해 미국·유럽이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하니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국내 투자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미중 등에 버금가는 수준의 투자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
―중국이 전기차 1위 대국으로 가고 있다.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으로 몰려올 가능성은.
▲강남훈 회장= 이미 올초 중국 BYD가 일본에 상륙했다. 이미 버스 등 중국 전기차 상용차는 국내 시장에 들어와 있다. 지난해 BYD의 전기차 판매 (PHEV 포함)가 1년 새 3배 급증한 186만대로, 판매대수로만 보면 테슬라(131만대)를 넘어섰다. 이에 비해, 국내 전기차 생산대수는 35만대다.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NDC)' 로드맵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 보급해야 할 전기차 대수는 450만대다. 국내 전기차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테슬라 공장 유치 추진이 화제다. 상대적으로 GM과 르노에 대한 지원이 박하다는 지적이 있다.
▲강남훈 회장 = 현재 법으로는 GM, 르노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공장을 새로 신설하거나 고용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있다. 전기차 전환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거다. 미국 IRA처럼 30% 세제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니 현 시점에서는 한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자고 말하기 어려운데다 수도권에 위치한 GM부평공장은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제지원 예외다. 현대차·기아도 화성, 광명 공장을 전동화 시설로 전환해야 한다.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들을 개선해 달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GM 부평공장, 르노 부산공장의 넓은 부지를 잘 활용해서 전동화에 대응하도록 해야하지 않겠는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조철 선임연구위원 = 광명, 화성, 부평 등 수도권 공장의 전동화 전환을 위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기존 시설이다보니, 수도권 과밀억제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문제인데, 이런 부분들은 사실 예외를 해줘도 되는 것 아닌가.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면 생산이 줄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법이다.
―'K칩스법'으로 불리는 조특법 개정안에 미래형 이동수단에 포함돼 이달 중으로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정구민 교수 = 개도국까지 미래차 육성에 뛰어든 마당이다. 미래차 설비 투자 지원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조특법 개정안에 미래형 이동수단이 포함되긴 했으나, 미국 IRA과 비교할 때 지원 범위, 수위 등에 있어 상당히 부족하다고 본다. 국가전략기술로 포함되기는 했으나, 전기차 공장 구축이나 설비에 대한 지원 여부가 불확실하다. 이 점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남훈 회장= 미래차 특별법을 만들자고 했는데 논의만 1년 이상이 걸렸고, 현재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제는 속도를 내야 한다. 그래야, 그걸 기반으로 연구개발 인력을 양성하고, 기업 투자도 끌어내지 않겠는가. 상반기 내에는 전기차 등 미래차에 대한 투자가 전개될 수 있도록, 시책들이 조속히 구체화돼야 하고, 제도 개선도 한시라도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
▲조철 선임연구위원 = 프랑스 르노공장 보다도 한국 공장의 임금이 더 높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생산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부품공급라인 체계가 갖춰져있어, 원활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량을 받아와서 생산하는 거라고 한다. 이 말은, 투자비용을 낮춰주고, 생산효율을 조금만 더 높인다면, 한국에서 생산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정리=
ehcho@fnnews.com 조은효 최종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