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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상업용 부동산 ‘지진 예보’···리츠서 발 빼는 외국인·기관

최근 1주일 새 8억 가까이 빠진 상품도
수익률도 미국투자 리츠 ETF가 빠르게 악화

美상업용 부동산 ‘지진 예보’···리츠서 발 빼는 외국인·기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한 뉴욕시 오피스 전경 / 사진=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관련 국내 리츠(REITs) 상품에서 외국인과 기관들이 이탈하고 있다. 거래 수요가 줄어들면서 만기에 대출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데 따른 부실화 우려도 나온다. 시장이 흔들리면 직접 연관성은 없어도 자금 유출과 수익률 저하를 면치 못할 수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28일 기준) 외국인과 기관은 ‘미래에셋글로벌리츠’를 각각 2억4081만원어치, 2525만원어치 팔았다. 외국인은 ‘이지스밸류리츠’도 1억1359만원 순매도했다. 상업용은 아니지만, 두 상품은 국내 상장리츠 가운데 미국 소재 부동산(물류창고·데이터센터)을 자리츠로 두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기관과 외국인은 같은 기간 ‘TIGER 미국MSCI리츠(합성 H)’와 ‘KODEX 다우존스미국리츠(H)’에 대해 7억8743만원, 1억387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은행 위기의 다음 도화선으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이 지목되고 있는 영향이다. 주로 대출을 내준 중소형 은행들이 문을 닫을 수 있단 위기감까지 고조된다.

물론 이들 리츠 상품들이 문제가 되는 매물을 직접 담고 있진 않으나 불안 심리에 따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수익률도 빠지고 있다. 실제 최근 일주일 기준 'TIGER 미국MSCI리츠(합성 H)'와 '히어로즈 글로벌리츠이지스액티브' 'ACE 미국다우존스리츠(합성 H)' 'KODEX다우존스미국리츠(H)' 등이 9~10%대 손실을 내며 국내·아시아 투자 리츠 ETF(0~4%대)와 차이가 벌어진 상태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부터 낙후지역에 위치했거나 오래된 건물 중심으로 공실률이 치솟았는데 올해 이 불길이 고급 오피스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무디스에 따르면 상황이 가장 심각한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공실률이 3년 전 5%에서 지난해 말에는 약 19%까지 뛰었다.

리모델링을 통한 고급화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으나 대개 코로나19 전 맺은 임대계약이 끝나는 시점에서 한껏 올라있는 금리 탓에 추가 융자를 받아 들어갈 수 없다는 이유가 크다. 자연히 임대수익은 낮아지고 채무자가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을 갚을 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약화도 문제지만 SVB 사태 이후 지역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라며 “만기 도래한 상업용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차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면 근무로 전환하는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늘고 있으나 해고가 증가하면서 오피스 건물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며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 개발자뿐만 아니라 사무직군에서도 노동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배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환경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추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