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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영화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 별세

'마지막 황제' OST로 아카데미 음악상

'日영화음악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 별세
사카모토 류이치.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영화 '마지막 황제'로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음악상과 그래미상을 받았던 일본의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71)가 지난달 28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3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2014년 한 차례 암 진단을 받고 완치됐으나, 2020년 6월 이번엔 직장암 진단을 받아 1년여간 6차례 수술을 받은 뒤 치료를 계속해왔다. 그의 일본 내 매니지먼트사는 "컨디션이 좋은 날은 자택 내 스튜디오에서 창작 활동을 하는 등 마지막까지 음악과 함께하는 나날이었다"고 전했다.

1952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1978년 3인조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영화 '마지막 황제' 사운드트랙에서 주제곡 '레인' 등으로 아시아계 최초 골든글로브상, 아카데미상 작곡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음악가 반열에 올랐다. 2017년 영화 '남한산성'의 사운드트랙을 맡아 한국 영화와도 인연을 맺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일본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지해 극우 단체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환경·사회 문제에도 목소리를 냈다. 2015년 8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하던 안보 법안에 반대하며 시위장에서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2017년 6월 본보와의 인터뷰에선 "(한국과 일본이) 국경을 없애고 정치적, 경제적 자유구역이 됐으면 한다. 이웃끼리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자"고 당부했다.

사카모토는 2014년 구인두암 진단을 받았고 2020년 6월 암이 재발했다. 소속사 측은 "고인은 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창작 활동을 이어가며 마지막까지 음악과 함께 했다. 유언에 따라 장례식은 친인척만 참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곡가 유희열은 지난해 발표곡이 사카모토의 곡 '아쿠아(Aqua)'과 유사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돼 진행하던 TV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바 있다.

사카모토는 당시 "두 곡의 유사성을 확인했으나 어떠한 법적 조치도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모든 창작물은 기존의 예술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오히려 유희열의 음악 활동을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