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키나 몸무게 등 외모에 대해 과도한 관심은 자녀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거식증, 폭식증 등을 유발할 우려도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해외 SNS에서 자녀들에게 마른 몸이 아름답고 적게 먹는 것이 미덕이라고 주입시키는 '아몬드 맘'이 새로운 극성 부모 유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패션모델 '지지 하디드'와 모델 출신 어머니 '욜란다 하디드' 가 나눈 대화에서 비롯된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 때문에 생겼다. 몇 해 전 리얼리티쇼에 출연한 지지 하디드가 어머니와 통화 중 "기운이 없다, 오늘 아몬드 반 개밖에 먹지 못했다"고 하소연하자 욜란다 하디드는 "아몬드 몇 개만 더 먹되 꼭꼭 씹어 먹으라"고 말한 것이 밈으로 굳어진 것이다.
키와 몸무게 등 자녀의 외모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부모가 많지만 '아몬드맘'이 아이에게 끼치는 부정적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6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는 부모가 자녀에게 체중을 줄일 것을 강요할 경우, 자녀가 식이장애 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이는 1551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연구됐다. 또 영국 엑시터대 의대가 2018년 1041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로부터 살을 빼고 관리할 것을 강요 받는 아동들이 건강한 식습관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몬드맘이 식탁에서 자주 하는 말은 '안돼'와 '살쪄'다. 직접적으로 아이들의 몸, 무언가를 먹는 행동을 지적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음식을 먹고 있던 중 '그만 먹으라'며 빼앗는 것도 아이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직접 지적하지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아이들에게 왜곡된 신체 이미지를 주입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체중 강박을 가진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자신의 몸을 나쁜 상태로 인식하고 자존감이 저하될 우려가 높다. 실제 미국 아리조나 주립대가 120명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부모가 자녀에게 체중을 줄일 것을 강요한 경우 자녀의 자아존중감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스마트학생복이 2017년 초·중·고등학생 총 1만93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4%가 다이어트를 해봤다고 답했다. 이들 중 47.4%는 중학교 때, 45.4%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이어트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의 절반 이상은 본인을 과체중이라고 평가했다. 체중·외모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거식증·폭식증 등 섭식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아이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식단 강요는 절대 금물이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체중감량법은 성장기 아이에게 적절하지 않다.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소 섭취량 부족이 성장 지연이나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관리가 필요한 아이까지 방치하라는 것은 아니다. BMI 백분위수가 95 이상이거나 또래 아이들보다 체중이 20% 이상 더 나가면 건강 측면에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소아비만은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이상 등 다양한 성인병과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초등학생까지는 체중 감량보다 '유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성장기에는 살이 더 찌지 않도록 하고 건강한 식사와 신체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 필요한 경우 비만클리닉을 찾아 행동수정 요법 등을 통해 건강한 식사법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부득이하게 아이의 체중 조절에 나설 경우 외모 개선이 아닌 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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