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의 해에 윤석열 대통령이 곧 미국을 국빈방문한다. 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한미동맹의 의미가 깊이 성찰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에 대한 의견은 군사 차원의 편의동맹, 혹은 후견자-고객(patron-client)의 비대칭 동맹, 나아가 종주-예속 관계로까지 보는 관점도 있다. 한미동맹은 이러한 개념적, 정파적,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넘어 정치외교사적으로 인식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1953년 10월 1일, 폐허의 약소국 대한민국은 6·25전쟁 휴전의 조건으로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끌어들여 대등하게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역사의 운명을 결정한 전쟁과 평화의 국제정치사에서 동맹은 강대국이 패권 확장을 위해 만만한 약소국을 끌어들이는 것이 상례였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약소국 한국이 휴전조약으로 빠져나가려는 강대국 미국의 허리춤을 잡은 결과다. 이것이 한미동맹의 예외성(특수성)을 나타낸다.
이 조약은 '상호방위조약'으로 미국이 한반도에 무력충돌 상황이 발생하면 자동개입해야 하는 동시에 미국이 전쟁 상황에 빠지면 한국도 바로 참전해야 한다. 한미 간의 능력(힘)과 기여의 비대칭성에도 불구하고 조건은 호혜적이며 대칭적이다. 이와는 달리 조중(朝中)동맹은 "조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일 뿐이다. 한미는 실존적 관계(상호방위)이며, 북한과 중국은 편의적이며 비대칭 관계(상호원조)일 뿐이다. 한미동맹이 생사를 나누는 혈맹(血盟)이라면 조중동맹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일 뿐이다. 사실상 북한이 중국의 속방(屬邦)일 수 있어도 대한민국은 결코 미제(美帝)의 식민지일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한국과 미국은 1953년 군사동맹조약을 체결하기 이전 그리고 그 이후 한국의 '기적 같은' 번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정신적·물질적 토대를 쌓아 왔다. 그것은 역사와 더불어 일곱 겹으로 중층화되었다. 한미의 결속은 구한말 미국 개신교 선교사들과 조선의 문명개화, 독립운동 선각자들이 결합한 '민간동맹'으로 시작했다. 두 번째는 '건국과 군사동맹'이다. 한국과 미국은 자유 대한민국의 건국을 이뤄냈으며 6·25전쟁이라는 '피의 골짜기'에서 생사를 같이했다. 세번째는 '경제(산업)동맹'이다. 우리는 미국과의 경제동맹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네번째, '민주동맹'이다. 한국은 후발국가, 혹은 신생국들이 좀체 넘지 못하는 '민주화'의 허들을 넘었고 이 과정에서 미국은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극한적 이념대립 등 체제위기의 요소가 여전히 잔존하지만 한국의 민주주의는 결코 폐기되지 않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문화동맹'이다. '한류' 혹은 K-Culture는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구미(歐美)문화와 한국 문화의 융합체이다. 이는 한국적이면서 보편적이다. 여섯 번째는 '하이텍동맹'이다. 한국은 산업대국이며 반도체 부문을 선두로 한 하이텍 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며, 미국과의 '하이텍동맹'으로 도약하여 세계 디지털 문명의 전환을 주도할 것이다. 끝으로 '군수산업동맹'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자주국방'의 노력과 미국의 첨단 군사기술이 어떻게 결합되었는지가 드러났다. 한미 군수산업의 유기적 연계 그리고 'K-Defense'는 폭발적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양국이 시대의 도전에 같이 응전하면서 중층·복합의 구조로 응결시킨 한미동맹이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의 중추(Pivot)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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