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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우제 지내야 할 판" 가뭄 비상 걸린 반도체 공장들

"기우제 지내야 할 판" 가뭄 비상 걸린 반도체 공장들
[진안=뉴시스] 지난달 22일 전북 진안군 용담댐 상류에 물이 없이 바닥이 드러나 있다. 2023.03.22. pmkeul@n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경기권에 국내 최대 반도체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긴장하고 있다. 당장 가뭄 피해는 없지만 대규모 산업용수가 필요한 반도체 공장 특성상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용수 재활용 등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국내뿐 아니라 물 부족 상황에 처한 대만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의 생산차질을 막기 위해 고강도 절수 정책을 시행하는 등 글로벌 반도체 공룡들이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삼성·SK하이닉스, 물 확보 안간힘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남부지방 가뭄을 계기로 생산거점인 경기도의 가뭄 상황에 촉각을 기울이며 수자원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양사는 장기적으로는 주변 취수원을 늘리지 않고 용수를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대비책을 세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시설이 위치한 경기 용인·화성·평택시와 SK하이닉스의 생산시설이 위치한 경기 이천·충북 청주의 생활·공급용수 지표는 '정상'단계다. 하지만 지난해 6월 10일 기준 경기도의 강수량이 144㎜로 평년(269㎜) 대비 절반(54%)에 그치며 6월 한달간 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을 뻔해 안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당시 양사 경기도 내 반도체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의 수원(水原)인 △소양강댐(기흥·화성) △충주댐(평택·이천) 모두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저수율 30%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사업장의 경우 물 사용량이 많은 대표적 업종으로 수자원 확보는 업계의 골칫거리다. 공업용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초순수'는 웨이퍼와 반도체를 씻는 세정이나 웨이퍼를 깎는 식각 공정에 활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미세공정으로 갈수록 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면서 "반도체 라인 증설에 따라 2030년이 되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 필요한 공업용수가 현재의 두 배 이상이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반도체(DS) 부문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목표로 수원·용인·화성·오산시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통해 공업용수 확보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하루 47만4000t의 물을 공급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국내 반도체 사업장 물 사용량이 하루 평균 31만t인 점을 고려하면 충족하고도 남는 양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공장 냉각 시스템의 냉각수를 재활용하는 '워터 프리 스크러버'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SK하이닉스는 하루에 7만9000t의 방류수를 절약하고 있다.

TSMC도 가뭄과의 전쟁
2021년 최악의 가뭄을 겪은 대만은 지난달 17일 최대 저수지인 쯩원저수지의 저수량이 유효저수량의 11.2%까지 내려가면서 대대적인 절수 정책에 나섰다. 대만은 곳곳에 TSMC의 생산기지가 위치해 있다.

연합보에 따르면 반도체 허브로 떠오른 가오슝시에서는 야간에 공공 상수도의 수압을 낮추는 절수 정책이 시행 중이다.

TSMC는 가뭄 정도에 따라 내부 매뉴얼을 수립하고 용수·폐수 재활용율 제고, 수원 개발 등 다각적인 물 부족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TSMC는 서던사이언스파크에 지난해 9월 용수 재사용을 위한 시설 가동에 나섰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