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엽 벤처기업협회장
‘저금리 정책자금’ 확대 필요성 강조
"투자금 세액공제 8%→15% 병행해야"
"벤처투자시장이 위축한 만큼 정부가 모태펀드를 1조원 규모로 확대해야 합니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사진)은 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모태펀드는 최근 10년 간 평균 수익률이 15.4%를 기록할 정도로 성과가 있는데, 올해 정부가 모태펀드를 40% 정도 줄여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모태펀드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대신 펀드에 출자해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탈(VC)에 출자하는 방식을 취한다. 국내 모태펀드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있는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한다.
지난 2021년만 해도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모태펀드 출자액은 1조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5200억원으로 반 토막 났으며, 올해는 이보다 40% 더 줄어든 3135억원으로 책정됐다.
성 회장은 "벤처기업 상당수가 금리상승을 비롯한 벤처투자 위축,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최근 자금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벤처기업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벤처기업 70% 이상이 올해 전년보다 자금 사정이 악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금리상승 등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라는 응답이 3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판매 부진 등으로 인한 매출 감소(21.4%) △인건비 상승(15.4%) △원자재 가격 상승(13.5%) 등이었다.
성 회장은 "정부는 일시적인 자금경색을 겪는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저리의 정책자금을 확대하고, 기술보증기금 투자연계보증 등 정책금융을 통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법인이 민간 벤처모펀드를 통해 벤처기업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에 대한 세액공제를 현행 최대 8%에서 15%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편 역시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회장은 벤처기업을 위한 금융지원과 함께 글로벌화 지원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벤처생태계는 짧은 역사로 인해 생태계 전반에 걸친 완성도가 미흡하며, 특히 내수 중심 사업 구조로 해외에 진출한 벤처기업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별 글로벌 활동기업을 보면 프랑스는 19.9%, 영국은 18.9%, 일본은 17.2%이지만, 우리나라는 7.0%에 불과했다.
성 회장은 "벤처기업 현장을 다녀보면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정보와 함께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벤처기업협회 차원에서 해외 투자자 및 현지 산업별 전문가와 정기적인 투자설명(IR) 행사를 진행하는 한편, 글로벌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역시 추진할 방침이다.
성 회장은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국내 우수 벤처기업을 소개하는 한편, 해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업체를 선정한 뒤 투자 유치 컨설팅과 투자자 주선, 후속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 회장은 벤처 업계 숙원 과제인 복수의결권의 국회 통과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수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 1주 당 최대 10개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는 "최근 벤처투자가 위축하고 기업가치가 하락하면서 창업자 지분이 희석하는 상황인데, 이럴 때 복수의결권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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