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법제화 위한 연구용역
위험성 큰 개만 안락사 추진
[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사람을 물거나 공격한 위험한 개는 일반견이라도 안락사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를 반대하는 측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안락사를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된 경우에 한해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동물보호단체 등은 위험한 개에 대한 책임이 개가 아닌 주인에게 있다며 개에게도 교육 등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프랑스, 고위험 개에 안락사 권고
7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행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가칭 '맹견법' 도입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동물복지법에는 개물림사고 예방을 위해 맹견보험 가입과 함께 맹견 공격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2024년 4월부터는 해외에서 맹견을 들여올 경우 수입신고를 의무화 하는 맹견 사육허가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정부는 사람을 공격한 개에 대해 자치단체장이 안락사를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600만을 넘어서는 등 안전한 양육 문화 조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행 동물보호법과 별도로 맹견 관리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것에 따른 것이다.
현재는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면 주인에게 관리 책임을 물어 과실치상 등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사고를 일으킨 개에 대한 강제 조치를 담은 규정은 없다. 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분류하고 있는 도사견,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등 5종에 대해서만 강제로 격리 조치할 수 있는 정도다.
해외에서는 개물림 사고를 일으킨 개에 대해 기질평가 등을 거쳐 입마개 착용, 소유자 교육 등으로 관리한다. 프랑스는 맹견, 사고견에 대한 기질평가 결과를 1~4단계로 구분하고, 4단계(매우 위험)의 경우에 한해 안락사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맹견이 반려동물로서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개물림 사고 예방과 사고 발생 시 후속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맹견법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안락사도 위험도가 큰 경우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기질평가제 시범사업을 실시해 제도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 검증 과정을 거치는 한편, 맹견법 등 분야별로 특화된 법률을 포함해 동물복지법으로 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하반기에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정 기회줘야" 주장도, 그러나 반응은 싸늘
반면 최근 동물의 권리를 중시하는 기조가 확산되면서 안락사 반대의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경기 남양주시는 지난달 풍산개 잡종 사고견을 동물권 보호단체 '캣치독팀'에 기증했다. 이 사고견은 지난 2021년 5월 남양주시의 한 야산에서 산책하던 50대 여성을 물어 과다 출혈로 숨지게 했다. 이후 시가 사고견을 보관 중이었다. 당시 견주가 사고견의 관리를 소홀히 해 개가 혼자 야산을 배회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견주는 60대 남성으로 사고 현장 인근에서 개 49마리를 불법 사육하고 있었다.
캐치독팀은 "안락사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고견을) 인수·보호하기로 결정했다"며 "남양주 사고견 인명 사고의 발생 원인은 대한민국 최악의 동물학대 온상인 불법 개농장으로부터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이는 사고의 책임이 개보다는 오히려 주인에게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개가 왜 죽임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안락사를 당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교정 훈련을 받을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락사 반대 주장'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농식품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8월 국민생각함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람을 공격한 동물을 안락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3135명 중 2374명(75%)이 찬성했다.
반면 반대하는 이들은 315명으로 11.19%에 그쳤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개 물림 사고로 병원에 이송된 환자의 수는 매년 2000명 이상, 하루 평균 6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수년간 개물림 사고의 심각성과 견주의 주의를 촉구하는 보도가 계속됐지만 사고는 크게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