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에 라면기술 전수 거부한 '닛신'
'불닭볶음면' 포장 디자인, 한글 사용 마케팅 등
일본의 라면 회사 '닛신'이 삼양식품의 로제 불닭볶음면을 베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박가네 캡처
[파이낸셜뉴스] 라면 종주국 일본의 라면 회사들이 최근에는 한국의 유명 라면을 대놓고 베낀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한 일본의 '닛신'은 누가봐도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베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과거 6·25 전쟁 이후 삼양식품은 '닛신'에 라면 제조 기술 전수를 부탁했으나 닛신은 이를 거절했다. 당시 삼양식품은 닛신의 경쟁사인 '묘조식품'으로부터 기술을 전수 받아 지난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을 출시했다.
한글 넣고, 포장 디자인도 따라해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라면 회사들은 한국 라면의 맛과 향은 물론 포장에 한글을 넣고, 포장의 디자인까지 한국식 라면을 본딴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삼양식품 까르보불닭볶음면
일본에 살면서 현지의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구독자 46만명의 유튜브 채널 '박가네'는 최근 "일본 기업들이 한국제품을 베끼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일본 라면 회사들의 한국 제품 베끼기에 대해 비판했다.
박준식(오상)씨는 영상에서 "예전에는 한국 식품회사들이 일본을 따라했는데 이제는 일본 라면회사가 한국을 따라하다니 오래 살고 볼일"이라며 "일부 라면은 한글이 일본어 보다 크게 쓰여있어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국에서 파는 라면인줄 착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지 마트와 슈퍼 등에서는 최근 한국 라면의 인기로 인해 신라면, 너구리, 비빔면, 불닭볶음면 등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관세 등이 붙어 한국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한국 인기라면 대다수를 갖추고 있다. 한국 라면의 인기를 등에 업고 일본 라면 회사들이 한국식 라면을 따라하거나, 아예 한국 라면으로 착각이 들 정도로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한 수입식품점이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B) 상품이지만 뚜껑에 한글이 적혀 있어 마치 한국 회사가 만든 제품처럼 보인다. 유튜브 채널 박가네 캡처
대놓고 베끼기...라면 종주국 무색
한 수입식품점이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개발한 한 컵라면은 뚜껑에 아예 '양념볶음면'이라는 한글이 적혀 있다. 한국 회사가 만든 라면처럼 보인다. 또 다른 컵라면의 경우 '신면(辛麵)'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는데 누가봐도 농심의 '신라면'을 따라한 듯한 디자인이다. 특히 닛신이 출시한 야키소바 컵라면의 경우 삼양식품의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복사, 붙여넣기 한 수준이다.
박준식 씨는 "6·25 전쟁 이후 라면 기술을 알려달라고 찾아갔을 때 이를 거절했던 닛신이 누가봐도 불닭볶음면을 따라한 제품을 낸 것 같다"며 "(삼양식품에 라면 기술을 전수해 준) 명성식품(묘조식품)이라면 이해할텐데 닛신이라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과거 한국의 식품회사들이 일본을 따라했다면 반대로 일본이 한국 라면을 따라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새우깡, 허니버터칩, 꼬북칩 등 국내 유명 과자 제품의 경우 출시 후 일본의 제품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한편 한국 'K 라면'의 인기는 수출로도 반영되면서 사상 최초 기록을 만들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2억8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1분기 라면 수출액이 2억 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양식품의 전신인 삼양식품공업주식회사의 창업주 전중윤 명예회장이 식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묘조식품의 기술을 전수받아 1963년 출시한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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