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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꽃가루 정보로 봄철 건강 챙기세요

[차관칼럼] 꽃가루 정보로 봄철 건강 챙기세요
차가운 공기 속에 숨죽였던 자연이 기지개를 켜며 활기차게 활동을 시작한다. 곳곳이 연둣빛으로 물들고, 노랑, 연분홍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생기 넘치는 봄 풍경은 이곳 정부대전청사 공원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설렘과 사랑이 넘치는 계절, 따스한 봄기운을 기다렸던 식물들 또한 각자의 짝을 만나기 위해 꽃가루를 만든다. 동물과 달리 식물은 어딘가에 있을 암꽃을 향해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보낸다. 곤충이나 새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식물들은 더 많은 양의 꽃가루를 만들어 바람에 싣는다.

식물의 번식을 위해 필연적으로 만들어지는 꽃가루, 하지만 이 꽃가루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마냥 설레는 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결코 즐겁지 않은 계절이 된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콧물이 흐르고, 재채기가 나며, 눈물이 나는 증상으로 힘겨움을 느끼며 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아차리곤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는 공기 중에 꽃가루 양이 많아지는 봄과 가을에 증가한다. 최근 연구 결과(한양대 의대 오재원 교수)에 의하면 국내 꽃가루 농도가 매년 증가하면서 꽃가루에 의한 천식, 비염과 결막염 등 알레르기 질환 환자의 발병률 또한 점차 늘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조사(2021년)에서도 우리나라 국민 중 청소년의 35.4%, 성인의 17.4%가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늘고 있는 만큼 꽃가루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대처가 필요하다.

기상청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가 공기 중에 있는 양, 즉 꽃가루 농도를 지속적으로 측정 중이다. 공기를 흡입하고 투명한 테이프 표면에 꽃가루를 부착시키는 꽃가루 채집기로 꽃가루를 모으고, 현미경을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대표적 알레르기 유발성 꽃가루 20여종의 종류별 농도를 측정한다. 2007년 전국 8개 도시에서 수동 관측망 운영을 시작으로, 현재는 전국 지방기상청과 기상지청을 중심으로 12개 지점에서 측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봄철에는 참나무와 소나무가, 가을철에는 돼지풀·쑥·환삼덩굴과 같은 잡초류가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기상청은 4월에서 6월까지는 참나무와 소나무에 대해, 8월부터 10월까지는 잡초류에 대해 기온·습도·풍속과 같은 기상요소에 따른 꽃가루농도위험정보를 제공한다. 하루에 두 번(오전 6시, 오후 6시) 앞으로 3일간의 위험 정도를 낮음·보통·높음·매우 높음의 4단계로 구분하여 대응요령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위험 정도가 높음 이상일 때는 외출을 삼가고, 외출이 필요한 경우 KF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지구온난화는 폭염, 한파,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를 발생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꽃의 개화 시기를 앞당기고 꽃가루 양이 증가하는 현상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곧 우리 일상에 미치는 꽃가루의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이러한 기후의 변화를 반영해 예측기술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자 한다. 또한 국민에게 필요한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고품질의 기상정보를 제공, 국민 일상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