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ARM 반도체 설계기술 활용
1.8나노 차세대 모바일칩 생산
자동차·IoT 등 향후 협력 확대
초미세공정 기술력 앞선 삼성
대형 고객사 확대로 ‘돌파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쏟고 있는 인텔이 세계 최대 모바일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 ARM과 손을 잡으며 삼성전자 고객사 확보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모바일 시장 영향력이 막강한 ARM이 인텔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향후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이 인텔의 파운드리 문을 두드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를 쫓는 동시에 인텔의 추격도 뿌리쳐야 하는 난제를 떠안은 셈이다.
■ARM 업은 인텔 파운드리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텔 파운드리서비스(IFS)는 1.8나노미터(1nm=10억분의 1m)에 해당하는 18A(옹스트롬·1A=0.1나노미터) 공정에서 ARM의 설계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을 생산한다. 양사는 모바일 뿐 아니라 향후 자동차·사물인터넷(IoT)·데이터센터·우주항공 등으로 협력 분야를 넓히는 동맹관계를 구축했다.
ARM의 모바일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의 날개를 달게 됐다는 평가다. ARM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두뇌'로 불리는 칩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ARM은 자체적으로 반도체 아키텍쳐(설계도)를 구축한 후 라이선스를 판매해 수익을 낸다. 전 세계 모바일 AP 90% 이상이 ARM 설계 기반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엑시노스'도 ARM의 설계 기술에 기반한다. ARM은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을 검토한 대형 매물 중 하나로도 검토돼왔다.
■삼성, 인텔 추격 부담 "수율 관건"
그동안 반도체 업계는 인텔이 2018년 7나노 이하 공정 개발에 한계를 느끼고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했던 전례를 감안할 때, 난이도가 훨씬 높은 2나노 이하 공정 기술 능력을 갖췄는 지 의구심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 협업을 통해 팹리스들이 인텔의 파운드리 초미세공정 기술력에 신뢰를 보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4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은 애플, 퀄컴 등 글로벌 모바일AP 기업들이 주로 이용하는 분야다.
파운드리 사업은 수주 물량이 많을수록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다. 인텔이 대형 팹리스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면 경쟁사인 TSMC, 삼성전자 등에는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인텔은 2024년 하반기에 20A(2나노), 2025년 18A 공정을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양산 일정만 보면 2025년 2나노 양산을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보다 빠르다.
다만, 인텔이 실제 수율을 공개하지 않은데다 차세대 서버용 칩인 '사파이어 래피즈'의 출시도 수 차례 연기해온 만큼 구상대로 양산이 진행될 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운드리 업계 2위 삼성전자는 3나노 이하 기술 우위를 앞세워 대형 고객사를 확보해 인텔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4나노 이하 수율(양품 비율) 향상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인텔이 안정적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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