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마켓
데일리샷·달리
2020년 스마트오더 주류판매 허용
규제완화 후 유통·스타트업서 론칭
데일리샷 전국에 1546개 픽업매장
다양한 품목 플랫폼 입점 채널확대
달리 플랫폼 고도화로 트래픽 5배↑
직배송 주류품목 확장에 역량 집중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주류산업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고 세율도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주류의 통신판매가 금지돼 있었으나 팬데믹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규제가 완화됐다. 주류 구매자 본인 확인이 전제된 온라인에서 주문 및 결제를 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을 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규제 완화의 토대에서 탄생한 사업이 주류 스마트오더(픽업) 커머스 플랫폼이다. 주류 스마트오더 커머스 플랫폼들이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바꿔 놓았고, 고가의 위스키마저도 '오픈런'이 나오기도 한다. 데일리샷과 달리는 새로 만들어진 주류 스마트오더 커머스 플랫폼 시장의 대표주자들이다.
■막오른 주류 스마트오더 시대
13일 혁신의숲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던 주류의 통신판매는 1998년 전통주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한 후 점차 확대돼왔다. 코로나19로 술자리가 극단적으로 축소되고,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2020년 4월 스마트오더 방식의 주류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의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가 개정됐다. 온라인 구매 채널에서 1차 성인인증 후 주문하고, 직접 지정한 오프라인 상점에서 2차로 본인 확인한 다음 제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규제 완화 소식과 함께 기존의 유통 대기업들이 자사 유통 플랫폼에서 일제히 스마트오더를 도입했고, 주류 분야 스타트업 데일리샷은 스마트오더 커머스로 선회했다. 오프라인 거점이 많은 편의점 앱을 중심으로 활성화됐는데 사용자 경험이 확대되면서 대형마트를 비롯해 신세계L&B 산하 리쿼샵 '와인앤모어', 롯데마트 산하 리쿼샵 '보틀벙커' 역시 스마트오더로 주류 주문이 가능하게 됐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데일리샷에 이어 법안 시행 전부터 사업을 준비한 달리를 비롯해 키햐, 짠샵, 1킬로미터와인 등 많은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독자적인 커머스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데일리샷·달리 시장 쌍두마차
데일리샷은 2020년 12월 스마트오더 서비스를 론칭했다. 2021년 7월과 지난해 9월에 각각 30억원, 9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독립 주류 스마트오더 커머스 1위 사업자다.
달리는 2019년 10월 식사와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의 페어링에 특화된 서비스로 출발했다. 창업 직후 팬데믹을 맞으면서 주류업계와 요식업계 모두 업황이 경색됐으나 때마침 스마트오더가 허용되면서 2021년 3월 스마트오더 커머스 플랫폼을 론칭했다.
주류 스마트 오더는 고객의 집까지 배송할 수는 없는 제도적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숫자의 픽업거점을 확보해 촘촘한 배송망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데일리샷은 전국 1546개의 픽업 매장, 달리는 431개의 픽업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는 주류판매 면허가 있는 일반 음식점이라면 쉽게 가맹점이 될 수 있다. 유통 마진을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분배하는데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부가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내 구매 가능 주류는 3월 기준 데일리샷은 스마트오더 픽업 상품 2331개와 직배송 상품 39개, 달리는 스마트오더 픽업 상품 2228개와 직배송 상품 352개 수준이다. 온라인 커머스 특성상 가격비교가 수월하기 때문에 동일 상품이라면 가격이, 희소성이 있는 상품이라면 입점 여부가 결정적인 차이로 작용한다.
데일리샷은 월평균 12.9%, 달리는 월평균 22.0%로 양사 모두 매우 가파른 트래픽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달리는 초기투자가 이뤄졌던 2022년 7월 이후 플랫폼 고도화를 통해 약 5배에 가까운 트래픽이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12월 최고 거래액을 기록했는데 연말 홈파티 수요가 급증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월별 성장률은 데일리샷이 19.5%, 달리는 10.9% 수준이다. 금융권 거래데이터 기준 데일리샷의 객단가는 약 10만원, 달리의 객단가는 7만원선으로 알려졌다.
■데일리샷은 채널, 달리는 직배송
두 회사의 서비스가 지향하는 목표에는 차이가 있다. 데일리샷은 자신들이 취급하는 상품에 대한 테이스팅 노트, 역사와 이야기를 전달하는 콘텐츠 등을 통해 신뢰도를 높인다.
사실 오픈런이 일어나는 주류는 소수이고, 이 상품들은 별도의 마케팅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문제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품목들인데 해당 상품의 판매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 바로 큐레이션 정보 전달이다. 테이스팅 노트 같은 정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 방식의 확장 측면에서도 데일리샷과 달리는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데일리샷은 지역 리쿼샵(주류소매상점)을 플랫폼으로 편입시켜 음식점 가맹점뿐만 아니라 리쿼샵도 거점으로 활용하는 '술픽업NOW'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 리쿼샵들은 각기 다른 유통라인을 갖고 소매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이기 때문에 데일리샷이 커버할 수 없는 상품 소싱의 음영지역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 다양한 주류 품목이 플랫폼에 입점되는 효과가 있다.
달리는 직배송 품목 확장에 더욱 역량을 집중한다. 다양한 주류용품, 전통주, 무알콜음료 등은 물론 해외직구 상품도 입점시켰다. 스마트오더가 편리하다고는 해도 직배송보다 편리하지는 않기 때문에 고객들의 이용 유인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이한 점은 해외직구 상품의 입점이다. 주세법에서 주류 통신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사업자의 탈세를 단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며, 단속의 주체도 구매자가 아닌 사업자다.
그런데 해외 직구의 경우 단속의 주체가 해외 사업자이고, 관세청의 통관 과정을 거치며 명확하게 세금이 신고되기 때문에 단속할 이유가 없다. 유력한 해외 사업자와 협력관계를 구축해 직접 상품을 조달할 수 있다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해당 보고서 원문은 혁신의 숲 홈페이지(www.innoforest.co.kr/repor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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