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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곡의 영원한 등불’ 신영조 교수 14일 별세...향년 80세

‘한국 가곡의 영원한 등불’ 신영조 교수 14일 별세...향년 80세
신영조 교수 /사진=리음아트&컴퍼니

[파이낸셜뉴스] 지난 1980~1990년대 한국 가곡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테너 신영조 한양대 명예교수가 14일 저녁 오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16일 리음아트&컴퍼니에 따르면 한국 가곡의 황금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테너가수 고 신영조 교수는 한국가곡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던 수천 회의 한국가곡 연주회에 출연했던 천상 노래꾼으로 본인의 독창회 2부는 반드시 한국가곡만으로 구성하는 원칙을 평생 고수해올 정도로 가곡을 사랑했다.

재직 중이었던 한양대 성악과에 국내 최초로 ‘한국가곡문헌’ 과목을 개설하는 등 평생 동안 한국가곡의 부흥과 학문화에 힘써왔다.

그의 목소리를 입어 빛나던 가곡들은 셀 수도 없이 많지만 ‘초롱꽃’, ‘기다리는 마음’, ‘황혼의 노래’, ‘산노을’, ‘풍년가’, ‘간다 간다 하더니’, ‘그리운 마음’, ‘눈’, ‘그리운 금강산’, ‘님이 오시는지’, ‘보리밭’, ‘내마음’, ‘진달래꽃’ 등이 특히 사랑받았다. 이중 이전에는 소프라노의 노래로만 인식되던 ‘진달래꽃’이 신영조 교수가 부른 이후, 많은 테너들의 애창곡이 됐다.

고인은 1970년 한양대 오페레단 ‘리골렛토’의 만토바 공작 역으로 데뷔한 뒤 유학,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과 독일 뮌헨국립음대에서 수학했다. 독일 슈튜트가르트 오페라극장 주역 오디션에 합격하는가 하면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로 국제성악콩쿠르를 입상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그러나 1975년 여름 오페라 ‘파우스트’의 파우스트 역을 제안받아 일시 귀국했다가 유려하게 하이C를 뽐내는 청아한 목소리로 선풍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단박에 성악계 스타가 되고, 당시 한양대학교 총장이었던 고 김연준 이사장에게 발탁돼 한양대 교수로 임용됐다.

귀국 이듬해 ‘마술피리’, ‘라보엠’, ‘로미오와 줄리엣’ 등 3편의 오페라에 출연하며 유명세를 떨친 그는 국립오페라단 정단원으로 20여 년간 활동하며 오페라의 진수인 ‘라 트라비아타’ ‘리골렛토’, ‘쟌니스키키’, ‘돈조반니’, ‘사랑의묘약’ 등과 ‘춘향전’, ‘자명고’, ‘원술랑’, ‘원효대사’ 등 창작오페라까지 수십편의 오페라에 주역으로 활약했다.


1976년 귀국 독창회 이후로 2009년까지 국내외에서 100여 차례의 독창회를 개최했으며 특히 1987, 1990, 1993, 1996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의 성악가 단독 독창회는 당시로선 전후후무한 기록이다.

독일가곡에 조예가 깊었던 신 교수는 독창회 프로그램에 한국가곡과 더불어 항상 독일가곡을 넣었는데 특히 1990년 기획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슈만의 ‘시인의 사랑’으로 전국투어 한 일화는 유명하다.

트레이드 마크인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종교곡에서도 빛을 발했는데, 베토벤 ‘장엄미사’, 헨델 ‘메시아’, 바흐 ‘요한수난곡’ 하이든 ‘천지창조’, 베르디 ‘레퀴엠’ 등의 오라토리오를 1000 여회 이상 연주하였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