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은행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저축계좌 상품 내놔
할부 서비스로 카드사와 예금으로 은행과 각각 경쟁
높은 인지도로 금융 서비스 '연착륙' 전망 지배적
애플이 17일(현지시간) 내놓은 4.15%의 고금리 금리를 제공하는 애플 예금 계좌. /사진=애플 제공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세계적 빅테크 기업 애플이 사실상 은행이 됐다. 결제 시스템 애플 페이를 시작으로 애플 카드에 이어 할부 서비스 '애플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 고금리를 제공하는 예금 상품까지 내놓으면서다. 애플이 여신 업무를 제외한 은행의 업무를 모두 하고 있는 것인데 애플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애플이 금융 부문에서 자리를 잡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애플은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연 4.15%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애플 저축계좌 상품을 출시했다. 애플 저축 계좌의 특징은 고금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애플과 대형 은행이 손을 잡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예금자 1인당 최대 25만달러를 보장해 주는 안정성도 갖췄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후 미국의 중소형 지역 은행 이용을 꺼려하는 일반 예금자가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울러 애플이 제공하는 연 4.15% 금리는 미국 금융서비스 기업 뱅크레이트가 집계한 미국 은행 전체 예금금리 순위에서 상위 11위다. 연 4.15%의 예금금리는 미국 은행이 제공하는 평균 예금금리보다 10배나 높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애플이라는 브랜드 인지도 때문에 애플이 향후 더 높은 에금금리를 제공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페이·애플월렛 등 애플의 금융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제니퍼 베일리 부사장은 "애플의 목표는 사용자가 더 건강한 금융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애플 월렛의 애플 카드에 저축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사용자는 애플 월렛에서 현금을 직접 사용하고, 송금하고, 저축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애플의 저축계좌는 이미 애플의 금융 생태계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 사용자가 빨리 늘어날 수 있다. 애플 휴대폰으로 애플 월렛(지갑)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애플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쉽게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애플의 설명이다.
미국 금융서비스 기업 뱅크레이트의 수석 애널리스트 테드 로스먼은 "애플이 금융 서비스에 있어서도 가장 먼저 떠오르고 가장 먼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지위를 얻으려고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앞서 애플은 지난달 최장 6주에 걸처 구매 대금을 4번으로 나눠 결제할 수 있는 사실상의 할부 서비스인 '애플 페이 레이터'를 출시하며 신용카드사와도 사실상 경쟁을 시작했다. 애플 페이 레이터를 이용한 구매 한도는 최대 1000달러 까지인데 애플 예금 계좌에 연계, 구매 금액을 나눠 결제할 수 있다. 애플 페이 레이터는 결제 시 별도의 이자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애플 CEO 팀 쿡 /사진=로이터뉴스1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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