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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보조금 받는 전기차 77%, 한국산 배터리 쓴다

'IRA 수혜' 한숨 돌린 K배터리
보조금 대상 22개 모델 가운데
17개 탑재… LG엔솔 11개 최다
삼성SDI·SK온 등 3社 실적 날개

美 보조금 받는 전기차 77%, 한국산 배터리 쓴다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청주 오창 에너지플랜트 전경. LG에너지솔루션 제공
美 보조금 받는 전기차 77%, 한국산 배터리 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의 77%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22개 전기차 모델 가운데 11개 모델에 적용돼 IRA 보조금 정책의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 22개 중 17개 한국산 배터리 사용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IRA 관련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모델 22개 가운데 17개는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그중 LG에너지솔루션이 11개로 가장 많고, 삼성SDI가 4개, SK온이 2개다.

구체적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캐딜락 '리릭', 쉐보레 '볼트'·'볼트 EUV'·'이퀴녹스'·'실버라도'·'블레이저',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PHEV', 포드 'E-Transit'·'머스탱 마하-E 확장버전'·'머스탱 마하-E 스탠다드 버전', 링컨 '아비터 그랜드 투어링'에 탑재된다. 삼성SDI는 포드의 '이스케이프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지프 '그랜드 체로키 PHEV 4xe'·'랭글러 PHEV 4xe', 링컨 '코세어 그랜드 투어링'에, SK온은 포드 'F-150 라이트닝 확장버전'과 'F-150 라이트닝 스탠다드 버전'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의 예상대로 IRA 보조금 세부지침이 한국산 배터리에 큰 호재인 셈이다. 우선, 최대 7500달러인 보조금 반영시 차량 가격이 대폭 인하돼 판매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형 배터리사 관계자는 "완성차의 소비자 가격을 깎아주면 아무래도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생산세액공제 반영까지 겹호재

이번 발표로 국내 배터리 3사의 실적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 다른 배터리사 관계자는 "이번 발표와 함께 올해부터 실적에 생산세액공제(AMPC)가 반영돼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IRA 세부지침에서 올해부터 현지 생산한 배터리 셀의 경우 판매량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까지 생산하면 45달러의 세액공제를 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1·4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세액 공제 금액 1003억원을 영업이익에 반영했다. 아직 SK온은 잠정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SK온이 AMPC로 받는 금액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삼성SDI는 미국에 완성된 배터리 공장이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SK온이 세액공제 덕에 올해 2·4분기 깜짝 흑자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은 SK온이 2·4분기 2050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49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SK온은 현재 흑자 전환 시점을 2024년으로 잡고 있다.


업계는 이번 보조금 지급 차종에 완성차 업체 GM 모델이 대거 포함된 만큼 GM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향후 실적 성장을 더욱 높게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지난해 대비 144% 가량 증가한 2조9658억원, 내년은 283% 늘어난 4조6497억원으로 내다봤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삼성SDI, SK온보다 이른 시점에 미국에 투자를 시작했다"며 "특히, GM과의 조기 합작이 유효했다"고 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