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메모리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가 올해 2·4분기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영업손실 1.3조" 전망도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4분기 영업이익은 6974억원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5.05% 줄어든 수치이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에서는 삼성전자가 '적자(영업손실)'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2·4분기 실적에 대해 "영업손실 1조286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은 6000억원, 이베스트투자증권은 4000억원, 삼성증권은 27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거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2·4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면 연결 기준 94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 2008년 4·4분기 이후 15년 만이다.
오는 27일 1·4분기 확정 실적 공시에 앞서 삼성전자가 이달 초 발표한 1·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지난해 1·4분기보다 95.75% 급감했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발표 때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증권사들은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영업손실을 4조원 안팎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한파가 길어지고 재고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대규모 적자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제품 출시 효과가 사라지고 계절적인 수요도 약화됨에 따라 스마트폰, 가전 등 IT 부문의 실적은 전 분기 대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반도체 부문에서도 추가 하락과 지속적인 재고 자산 평가손 발생에 따라 전 분기 대비 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2Q 실적, 주가에 이미 반영"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가가 다시 5만원대로 떨어질 것이냐는 질문에는 많은 전문가들은 '아니(No)'라고 답한다. 이미 시장에서는 2·4분기 실적은 물론, 이후 업황 회복 기대감도 반영돼 있다는 입장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적자 지속으로 2·4분기가 올해 분기 실적의 최저점이 될 것"이라면서도 "자연 감산 효과 점증에 따른 재고 안정화로 3·4분기에는 재고 감소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에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1·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이 덕분에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달 중순 5만9000원에서 이달 21일 6만5700원으로 한 달 새 11.35% 상승했다.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전망한 하이투자증권의 송명섭 연구원도 "주가와 역사적으로 동행해온 경기 선행 지표 중 일부는 이미 반등세에 접어들었고, 동사의 이번 감산 확대 발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회복 속도를 앞당길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7만5000원에서 8만3400원으로 11.20%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다만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업황 반등이 쉽지 않은 만큼 실적 개선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에 실적이 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나 하반기에 드라마틱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업체들의 재고 조정이 1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서버 업체들의 재고 조정은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며 "고금리가 지속되고 인플레이션 부담감이 재차 부각되면 최종 수요 회복 속도가 더딜 수 있다"고 덧붙였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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