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정금차밭. 경남관광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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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경남)=정순민 기자】 차(茶)에 대한 기록이 몇몇 고문헌에 남아 있지만 그 유래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기 1145년경 고려 인종의 명을 받아 김부식 등이 편찬한 '삼국사기'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 12월,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 조공하였다. 이때 당에 갔다 돌아온 사신 김대렴이 차나무 종자를 가지고 왔는데, 왕이 그것을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 차는 선덕여왕 때부터 있었지만, 이때에 이르러 성행하였다."
이 기록에 등장하는 '지리산'이 지금의 경남 하동군 화개면 일대 지리산 기슭이다. 하동읍내에서 섬진강을 따라 북진하다가 지리산 쌍계사 쪽으로 방향을 틀면 화개천을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100여개의 크고 작은 야생 차밭이 나온다. 천변 평평한 땅 위에 자리잡은 차밭이 있는가 하면, 산기슭을 깎아 다랑이논처럼 계단식으로 조성한 차밭도 있다. 이중 가장 유명한 곳이 정금차밭이다. 정금차밭은 하동군이 자랑하는 '다원 10경' 가운데서도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또 차를 처음 심었다는 차나무 시배지(始培地)와 이를 기리기 위해 세운 '대렴공차시배추원비', 차 관련 유물과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하동야생차박물관과 체험관도 다 여기에 있다.
제다(製茶) 과정의 하나인 비비기. 20분 비빈 다음 10분 쉬고 다시 20분을 비빈다. 경남관광재단 제공
하동 지역 여행사 놀루와가 '하동 차마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대여하는 차밭 피크닉 세트. 경남관광재단 제공
■내달 4일부터 한달간 '하동세계차엑스포'
한국 야생차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 하동에서 내달 4일부터 한달간 '2023 하동세계차엑스포'가 열린다. 하동세계차엑스포는 차를 주제로 국내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로, 천년을 이어온 차의 역사를 경험하고 전통차를 체험하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선 하동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1행사장에는 한국 차를 시대별로 소개하는 ‘차 천년관’을 비롯해 차의 효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웰니스관’, 우리나라 차 문화와 세계의 차 역사를 비교해볼 수 있는 ‘월드 티아트관’ 등이 설치돼 관람객을 맞이한다.
또 차밭이 있는 화개천변 제2행사장에서는 '제다(製茶) 및 다례 체험', '명인과 함께하는 티 클래스', '하동녹차 요가명상', '차 시배지 투어', '티 캠핑' 같은 차 관련 체험 프로그램이 열려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 좋을 듯하다.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는 지역 여행사 '놀루와'를 통해 하동차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되기도 했던 놀루와는 다양한 형태의 차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다담 in 다실'은 하동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세 가지 차와 이에 어울리는 다식을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고, '하동 차마실'은 두 가지 하동차와 다기세트, 돗자리 등으로 꾸려진 차밭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주는 상품이다. 또 하동차를 만드는 화개 모암마을에서 꿈 같은 3박4일을 보내며 쉴 수 있는 티스테이(Tea Stay) 프로그램도 있다.
하동 최참판댁. 경남관광재단 제공
최참판댁 옆에 있는 박경리문학관. 경남관광재단 제공
■'토지' 배경 최참판댁과 박경리문학관
하동에 왔다면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박경리(1926~2008) 대하소설 '토지'의 주무대인 악양면 평사리에 있는 '최참판댁'이다.
한옥 14개동과 초가 마을 등이 조성돼 있는 최참판댁은 언뜻 보면 오래된 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난 2002년 드라마 촬영을 위해 조성된 세트장이다. 이곳에서는 SBS 대하드라마 '토지'(2004~2005년) 외에도 '미스터 션샤인', '구르미 그린 달빛', '육룡이 나르샤', '명당', '사임당, 빛의 일기' 같은 드라마와 영화가 만들어졌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최참판댁을 선호하는 이유는 조선시대 전통 한옥 구조인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별당, 연못 등 사극에 필요한 한옥의 모습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최참판댁 사랑채 마루에 서면 전망이 탁트인 드넓은 평사리 들판과 멀리 섬진강 너머 낮은 산들이 한눈에 쏙 들어와 환상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격동의 세월을 견뎌낸 주인공 서희를 비롯해 길상이, 별당아씨, 강청댁, 윤씨부인 등 소설 속 인물과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최참판댁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참판댁 바로 옆에 지어진 '박경리 문학관'도 둘러볼 만하다. 여기에는 박경리 작가가 지난 1969년부터 장장 26년에 걸쳐 완성한 '토지' 초고와 작품이 실렸던 잡지, 작가 인터뷰가 게재된 옛날 신문, 10여권으로 묶인 초기 단행본 등 많은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또 작가가 생전에 사용했던 낡은 필기도구와 원고지, 안경, 돋보기, 사전 등 다양한 소품들도 눈길을 끈다.
하동 동정호와 악양루. 경남관광재단 제공
스타웨이하동 스카이워크. 경남관광재단 제공
지리산 의신마을 베어빌리지. 경남관광재단 제공
■동정호, 스타웨이 스카이워크, 베어빌리지
최참판댁에서 자동차로 4~5분 거리에 하동의 떠오르는 핫스폿이 있다. 섬진강 수면으로부터 150m 상공 위에 별 모양으로 지어진 스타웨이 스카이워크다. 여기서는 '토지'의 배경이 된 평사리 들판과 멀리 소백산맥 연봉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눈을 시원하게 한다. 또 발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의 잔잔한 물결이 저녁 햇살에 부서지면서 만들어내는 풍광은 로맨틱한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별 모양으로 된 스카이워크 한가운데 만들어 놓은 유리바닥 위에 올라 셀카를 찍는 사람들이 많다.
스타웨이 스카이워크 바로 아래쪽에 있는 동정호와 악양루도 둘러볼 만하다. 동정호는 평사리 들판에 있는 반원형 배후 습지로, 둘레가 1㎞ 남짓한 작은 호수다. 중국 후난성에 있는 악양과 지명이 같은 것에서 착안, 그곳에 있는 호수의 이름을 따왔다. 동정호는 또 각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로서도 의미가 있는데, 특히 멸종 위기에 있는 두꺼비의 산란장으로 유명하다.
하동차엑스포가 열리는 화개천을 따라 상류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골짜기 가장 깊은 곳에 의신마을이 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두 마리가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베어빌리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 사는 산이, 강이 두 마리 곰에게는 사연이 있다.
지난 2001년 반달곰 복원사업을 위해 지리산에 곰 네 마리를 방사했는데, 그중 한 마리가 번번이 돌아왔다. 야생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의신마을 사람들이 거둔 곰이 산이, 그의 딸이 강이다. 누리집을 통해 사전 예약한 후 방문할 수 있고, 마을 안에는 하루 묵어갈 수 있는 숙소도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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