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성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암호화폐 '테라' 관련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불구속 기소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치권은 입법 과정에서 '규제 공백'의 여지를 남겼고, 검찰은 기소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에 대한 이야기다.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증권업 허가를 받지 않은 거래소에서 해당 가상자산을 유통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도 판단 기준을 두고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 정치권과 검찰이 이를 두고 온도차를 보이면서 업계에 혼란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테라·루나는 증권인가"...여전히 엇갈려
27일 블록체인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5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의 시급성에 따라 해당 법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발행 및 상장과 관련된 내용은 향후 2차 입법을 통해 정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 주목했던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은 법안에서 제외됐다. 이를 주장해왔던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굳이 넣을 필요는 없다"라며 "합의 가능한 내용을 위주로 통과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증권 성격의 가장자산에 대해선 자본시장법이 우선 적용된다.
법적인 기준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은 루나 코인에 증권성이 있다고도 판단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인물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등 테라폼랩스 관계자 8명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권이 되려면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투자상품이어야 하는데, 루나 코인의 경우 테라 프로젝트란 사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된 것으로 봤다"라고 설명했다.
규제 공백 상태에서의 기소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자본시장법에는 금융투자상품에 ‘투자계약증권’이라는 포괄적 개념이 있어서, 투자 계약의 내용을 변형해 법을 빠져나가는 시도가 있을 것에 대비했다"라며 "부정거래행위 등을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178조를 적용하면 테라·루나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금융범죄를 처벌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테라·루나의 증권성 여부와 사기성 여부는 검찰의 입장과 시장 전문가, 그리고 각국에서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라며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앵커 프로토콜이 가진 역마진의 대출 구조, 금융적 아마추어리즘에 대해서는 문제를 지적해야 하지만, 테라 스테이블 코인의 증권성 여부로는 (처벌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공론화·법제화 본격화될 것"
다만 업계에서는 검찰과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국내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규제가 방향성을 찾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유럽연합(EU) 의회가 세계 최초의 코인법으로 알려진 '미카(MiCA)'를 통과시킨 것이 국내 금융당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유리 빗썸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은 "미카를 통한 규제 불확실성 제거는 중장기적으로 생태계에 청신호"라며 "미카가 한국을 포함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가 정립되지 않은 국가들에 규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달해 온 전통 자본시장처럼 가상자산 시장도 미카를 계기로 건전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화인 에반젤리스트도 "금융위는 '토큰증권'이라는 개념을 확장해서 기존 가상자산의 증권 적용 범위를 넓히고자 한 반면에, 어제 통과한 법안의 내용은 증권 적용 대상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금융당국 간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한국의 가상자산 규제 방향이 미국형 모델에서 미카 통과로 유럽형 규제 모델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예자선 변호사는 "미카 법안도 18개월 안에 유럽증권감독청이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미국식 규제와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라고 반박하며 "국내에서도 ‘가상자산업법 논의’와 ‘자본시장법의 증권성 판단’이 병행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제공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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