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구매만으로 환경보호 동참"
2030 중심으로 매출성장 이끌어
공식인증 뷰티제품 잇따라 출시
국내 시장규모 2025년 1조 전망
LF 비건 브랜드 아떼가 지구의 날을 기념해 출시한 100% 종이 패키지 '그린그린밤'(위쪽)과 아모레퍼시픽 비레디(B.READY)의 블루 수분 선크림. LF·아모레퍼시픽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미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가 사과가죽(애플 레더)을 활용해 만든 가방을 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애플레더는 주스, 잼 등 식품을 만들고 난 후 남겨진 씨앗과 껍질을 통해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비건 가죽이다. 환경을 생각하고 동물을 해치지 않는 '비건' 열풍은 패션 업계에서 이미 대세가 됐고, 이제 뷰티 업계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신념을 소비로 표현하는 '미닝아웃'이 유행하면서 친환경 비건 뷰티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비건 화장품 시장 2025년 1조원
26일 한국비건인증원에 따르면 국내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600억원에서 지난해 5700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2025년엔 1조원까지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이 가치와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모으면서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요즘 소비자들은 미닝아웃을 몸소 실천할 수 있는 의미있는 활동에 반응한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신념을 드러내고, 어떠한 지속 가능한 활동에 동참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다는 점에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비건 뷰티 브랜드 론칭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LF는 지난 2019년 10월 비건 뷰티 브랜드 '아떼'를 선보이며 업계를 이끌고 있다. 아떼는 100% 비건 뷰티의 실천을 통해 외면 뿐만 아니라 내면의 개성까지 빛내주는 컨템포러리 비건 뷰티를 지향하는 브랜드다. 동물실험은 물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며 인증된 제조시설에서 생산까지 철저하게 관리해 전 제품에 대해 비건 인증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4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롱테이크'를 론칭했다. 롱테이크는 오래 지속되는 감각적인 향과 더불어 세심하게 고안된 고효능을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다. 지속가능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모든 제품은 목공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고목의 톱밥을 재가공한 오크우드 업사이클링 향료를 베이스로 사용했다. 편백잎, 검정콩, 장미꽃 추출물 등 식물 유래 효능 성분으로 비건 인증도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토탈 스타일링 브랜드 '비레디(B.READY)'도 올 4월 '블루 수분 선크림'을 출시하며 블루 비건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유아 뷰티 제품에서도 비건 라인이 출시됐다. 10년 연속 국내 판매 1위 기록을 수성 중인 핸드워시 대표 브랜드 '아이! 깨끗해'는 임산부와 영유아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비건 핸드솝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은 동물성 원료를 배제하고, 식물유래 계면활성제와 클린 성분만을 엄선해 한국비건인증원으로부터 공식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비건 뷰티 제품 판매량 쑥쑥
비건 뷰티 열풍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판매량으로도 확인된다. 아떼가 이달 초 올리브영 라이브를 통해 선보인 '비건 릴리프 선 에센스' 기획 세트는 방송 시작과 동시에 3초에 1개씩 빠르게 팔리기 시작하면서 6분만에 1억원 달성, 방송 시간 동안 총 4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비건 지향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의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 이 기간 20~40대 구매 고객은 전체의 85%를 차지했는데, 가치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20대 Z세대는 물론 40대 X세대까지 두루 높은 구매율을 보이며 매출 성장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 구매만으로도 환경 보호에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건 뷰티 브랜드의 열풍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면서 "일반 화장품보다 생산 과정은 어렵지만 사용자에게 '내가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진정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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