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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격차 고삐… 역대급 투자로 실적 한파 넘는다 [삼성전자 감산으로 불황 돌파]

2분기 저점 지나 업황 반등 기대
선단 제품 생산 조정 없이 '유지'
1분기 R&D에 6조5800억 투입
평택3기·4기 위주 인프라 강화
분기 최대 규모 시설투자도 집행

반도체 초격차 고삐… 역대급 투자로 실적 한파 넘는다 [삼성전자 감산으로 불황 돌파]
삼성전자가 14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하회하는 실적 부진에 빠졌지만 본격적인 메모리반도체 감산 카드를 꺼내면서 2·4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 반등과 실적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실적 악화에도 삼성전자는 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17조원대의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를 단행하며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2·4분기 반도체 저점 지난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4분기 실적 급락은 전사 매출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의 영업손실 여파가 컸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의 1·4분기 영업손실은 4조58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적자에 빠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지난 2009년 1·4분기(-7100억원) 이후 14년 만이다. DS부문 매출도 지난해 1·4분기(26조8700억원)의 절반 수준인 13조7300억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디스플레이(7800억원), TV·가전(1900억원),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1300억원) 등이 영업이익을 내며 전사 적자는 간신히 방어했다.

메모리반도체 부진이 극심했다. 고객사들이 수요 침체에 대응해 재고 감축, 투자 축소 등에 나서면서 D램·낸드플래시 출하량이 급감했다. 실제 올해 1·4분기부터 낸드에 이어 D램의 재고평가손실이 반영되며 실적에 악재로 작용했다. 고객사들이 일제히 기존 투자계획을 보수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서버·스토리지를 중심으로 출하 감소, 가격 하락 등에 시달렸다. 극심한 메모리 업황 침체에도 인위적 생산감축 없이 버텼던 삼성전자도 뒤늦게 반도체 업계의 생산감축 대열에 합류했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인위적 감산에 돌입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2·4분기부터 재고 수준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감소폭은 하반기에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D램·낸드 업계 1위 삼성전자가 공급량을 줄이면서 부진한 메모리 업황이 올해 2·4분기 저점을 지나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 부사장은 "상반기 내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진행되며 하반기에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요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이는 선단 제품 생산은 조정 없이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최악 실적에도 미래투자 사상 최대

삼성전자는 위기에도 미래 성장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올해 1·4분기 R&D 투자에 분기 사상 최대 규모인 6조5800억원을 투입했다. 1·4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10조7000억원의 시설투자도 집행했다. 반도체 9조8000억원, 디스플레이 3000억원 등 핵심 사업인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위한 투자에 집중했다. 평택 3기(P3)와 4기(P3) 라인 위주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 필수 클린룸을 확보하고 중장기 수요 성장세에 적기 대응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단기 생산계획은 하향 조정했지만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업황을 면밀히 확인하며 단기적으로 조정이 가능한 설비투자는 탄력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시행으로 현지 투자하는 국내 기업의 피해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서병훈 IR담당 부사장은 "미국 정부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개별 기업과 협상을 통해 구체화한다고 밝혔다"며 "삼성전자도 이런 절차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가능성과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가능한 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