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 르메르디앙 지하 1층에 있는 와인바 '모와'. 모와의 상징 아이콘은 자음 'ㅁ'과 'ㅇ'을 위에서 아래로 배치한 모양이다. 얼핏 보면 새로운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 구멍'을 상징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파이낸셜뉴스] "우리는 이 사랑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요. 당신은 찢어진 청바지 주머니에 나를 보관하죠.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이 완전히 얼어버린 그곳에."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의 노래 '포토그래프'의 가사 중 일부다. 에드 시런은 이 곡을 전 여자친구를 위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로맨스의 아름다움이 연인들과 평생 함께 남을 수 있게 그들의 사랑을 사진에 담아 보관하려고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풍광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기 위해 스마트폰 혹은 카메라를 드는 것은 일종의 낭비라고 생각한다. '두 눈'이라는 최고의 렌즈가 있는데 굳이 두 눈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혹은 진짜가 아닌 기계의 렌즈를 통해 그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감흥을 미래의 나를 위해 조금이라도 양보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시간이 지나 기억의 풍화 속에 그 장면이 잊혀질지라도,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평생 남을 한 장면이었다면 굳이 사진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남았을 것이다.
와인바 '모와' 내부 모습.
와인바 '모와' 내부 모습.
와인바 '모와' 내부 모습.
문을 여는 순간, 새로운 세상 속으로
지난 28일 저녁, 서울 명동, 르메르디앙 지하 1층에 있는 와인바 '모와'를 찾았다.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선 순간 문 안과 밖의 세상이 전혀 다른 것처럼 느껴졌다. 해리 포터가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 있는 비밀의 9와 3/4 승강장을 통해 호그와트로 가는 것처럼. 모와의 상징 아이콘은 자음 'ㅁ'과 'ㅇ'을 위에서 아래로 배치한 모양이다. 얼핏 보면 새로운 문으로 들어가는 '열쇠 구멍'을 상징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모와 관계자는 "MOWa는 ‘Memories of Wine and..?’ 의 약자로 MOWa의 소문자 ‘a’는 aroma(향기), atmosphere(분위기), affection(애정) 등 자신만의 해석으로 여백을 채우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매장 내부를 들어서자 초록색의 은은한 조명을 뿜어내는 와인 선반과 와인들이 일렬로 길을 만들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진을 찍지 않고는 절대로 넘어 갈 수 없는 그런 인테리어였다. 평일 저녁이라 자리에 여유가 있어 매장을 조용히 한 바퀴 둘러보며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었다.
와인바 모아의 안주들.
와인바 모아의 안주들.
와인과 파인 다이닝의 조화
지난해 12월 문을 연 모와는 서울 신사동의 '사브서울'과 반포동의 '무드서울'을 성공시킨 김태성 셰프의 세 번째 작품이다. 김 셰프의 컨설팅을 바탕으로 제철 식재료와 아영이 엄선한 와인 큐레이션이 조화를 이룬다.
웰컴 샴페인을 시작으로 처음엔 달콤함이 진한 '빌라 골드' 화이트 와인을 열었다. 이어 다양한 안주와 함께 화이트 와인, 레드 와인을 순차적으로 열었다. 대화의 주제는 와인을 걸쳐 여행, 미술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었다. 황금의 화가로 잘 알려진 구스타프 클림트가 대화의 주제에 올랐는데 바로 클림트의 명화가 라벨링된 화이트 와인을 추천 받아 맛 볼 수 있었다.
안주로는 초밥의 재료로 많이 쓰이는 녹진한 단새우가 올라간 '단새우 타르트', 아기 손바닥 만한 사이즈의 '총알 오징어 구이', '한우 채끝 등심 스테이크', '감자 튀김' 등을 시켰다. 파인 다이닝에 버금갈 정도로 감미로운 안주들 하나하나가 "한잔 더"를 외치게 했다. 유일한 단점은 안주의 양이 매우 적어 배를 채우기엔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 날의 와인 회동은 비록 업무로 얽힌 사람들과 함께한 자리였지만 좋은 술과 음식이 곁들여지자, 누군가 말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은 것'처럼 '직장 사람이라도 와인은 마시고 싶어'가 성립할 정도로 괜찮은 자리였다. 다음번에 이곳을 다시 찾는다면 꼭 특별한 사람과 함께 이길 마음속으로 바랐다. 한 가지 팁이라면 '모와'에서 특별한 시간을 원한다면 반드시 '3주 전'에는 예약을 하길 추천한다.
레드 와인 '페더럴리스트'
와인을 소재로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끈 '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의 스토리 작가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적포도주의 병 바닥에는 타닌과 폴리페놀 덩어리인 '침전물'이 서서히 쌓여간다.
침전물은 와인의 쓰고 떫은맛이 모인 것이므로 침전물이 쌓임에 따라 윗부분의 맑은 와인은 달고 부드러워 진다. 세상과 함게 투명해지는 와인, 인간도 그러했으면, 하고 생각해본다."
시간과 더불어 숙성하는 와인과 성숙하는 인(人). 잘 익은 좋은 와인이 그렇듯 좋은 사람도 다른 이를 대할 때는 자신의 고뇌와 앙금 따위는 잠시 묻어두기에 자상하고 부드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하루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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