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고 2학년 당시만해도 제구에 문제가 있었던 소심한 선수
고교 3학년 당시 환골탈태... 강릉고 2관왕 이끌어
기아 타이거즈 입단 후 꾸준히 증속 … 이제는 최고 150km 좌완 유망주
동경하는 고교 선배 김진욱과 광주에서 구원 맞대결
최지민, 기아 타이거즈의 믿을맨으로 확고히 자리 잡다. 150km 쾅! [KIA 타이거즈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강릉고는 말 그대로 김진욱(21, 롯데)의 팀이었다.
고교 2학년 때부터 최동원상을 수상하는 등 김진욱이 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김진욱은 강릉고 역사 최초의 전국대회 우승을 거머쥔바 있다.
하지만 1년 선배인 김진욱의 밑에서 차분하게 성장을 거듭했던 선수가 있다. 바로 최지민(20, KIA)이었다. 최지민은 항상 진욱이 형 뒤에서 김진욱을 흉내내던 선수였다. 덩치는 컸지만, 주변에서 소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혼자 드라마 보는 것을 즐기는 얌전한 청년이었다. 제구도 다소 들쑥 날쑥했다.
하지만 김진욱이 졸업한 이후 홀로서기를 시작한 최지민은 강릉고 최재호 감독의 지도하에 강해졌다. 제구가 잡혔고, 힘이 갈수록 붙었다. 최지민은 김진욱이 졸업한 이듬해 강릉고를 무려 2개의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황금사자기와 전국체전이 그것이다. 황금사자기에서는 당당하게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한 해 2개 전국대회 우승은 김진욱도 하지 못했던 위업이었다. 현재 강릉고 역사에 김진욱과 최지민 이외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투수는 없다.
강릉고 시절 최지민과 삼성 차동영(왼쪽) (사진 = 전상일)
이후 기아 타이거즈에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최지민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어느덧 기아 타이거즈의 필승조로 거듭났다. 질롱코리아에 있을때부터 증속의 가능성이 보였다. 시즌에 들어가자 그의 구위는 더욱 강력해졌다.
4월 29일 LG전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최지민은 5-0으로 앞선 7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LG 추격의 불씨를 껐다. 자칫하면 역전이 될 수도 있는 절체정명의 상황이었다. 문성주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오지환에게 밀어내기 볼넷, 오스틴 딘에게 2타점 안타를 내주긴 했으나 김현수를 병살타로 잡았다. 8회에는 문보경과 박동원을 각각 땅볼, 뜬공으로 처리한 뒤 김민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생애 첫 홀드는 덤이었다.
"최지민은 구원 선발 모두 가능한 선수" [KIA 타이거즈 제공]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인 개인 최고 구속인 시속 150㎞를 기록한 것이었다. 왼손 150km는 상징적인 숫자다. 리그에 모두 세어봐도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무조건 키워야할 트레이드 불가 핵심 유망주군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기아 김종국 감독은 “구위가 워낙 좋아 왼손타자에 국한되지 않고 그를 필승조로 기용할 것이다. 물론, 선발로도 갈 수 있는 선수다”라고 말하고 있다.
고교 시절에는 워낙 위대한 선배였던 김진욱에게 많이 가렸다. 김진욱은 강릉고 야구부의 역사 그 자체다. 하지만 프로에 와서는 이제는 제2의 김진욱이 아닌 제1의 최지민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구속은 오히려 훨씬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롯데 김진욱, 후배 최지민과 광주에서 맞대결 [롯데 자이언츠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선배 김진욱은 최근 방어율 '0'을 기록하며 롯데 마운드의 축으로 거듭났다. 이제는 어엿한 필승카드다. 최지민 또한 마찬가지다.
양 선수는 경기 중후반 박빙의 순간에 나선다.
둘 중 하나는 이기고 둘 중 하나는 패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5연승과 8연승의 연승 행진도 누구 하나는 끝이 난다.
김진욱과 최지민. 강릉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절친한 선후배는 5월 2일 광주 챔피언스 필드에서 팀 승리를 두고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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