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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투 서울' 신유목민시대, 이방인이 만든 입양아 영화 "나 역시 짬뽕같은 사람"

프랑스 이민 2세, 미술 아티스트 출신 박지면 영화 데뷔작

'리턴 투 서울' 신유목민시대, 이방인이 만든 입양아 영화 "나 역시 짬뽕같은 사람"
영화 '리턴 두 서울' 보도스틸(엣나인필름 제공)

'리턴 투 서울' 신유목민시대, 이방인이 만든 입양아 영화 "나 역시 짬뽕같은 사람"
영화 '리턴 두 서울' 보도스틸(엣나인필름 제공)

'리턴 투 서울' 신유목민시대, 이방인이 만든 입양아 영화 "나 역시 짬뽕같은 사람"
영화 '리턴 두 서울' 보도스틸(엣나인필름 제공)

'리턴 투 서울' 신유목민시대, 이방인이 만든 입양아 영화 "나 역시 짬뽕같은 사람"
영화 '리턴 두 서울' 보도스틸(엣나인필름 제공)

'리턴 투 서울' 신유목민시대, 이방인이 만든 입양아 영화 "나 역시 짬뽕같은 사람"
영화 '리턴 두 서울' 보도스틸(엣나인필름 제공)

[파이낸셜뉴스] 21세기를 신유목민(Nomad)의 시대라고 한다. 일명 방랑문화시대. 한국인 해외 입양아 이야기를 다룬 영화 ‘리턴 투 서울’을 보면서 새삼 이 단어가 떠올랐다. 전 세계가 1일 생활권이 된 노마드 시대에 한 개인의 정체성은 어떻게 정립될까?

‘리턴 투 서울’은 특수한 개인사로 복잡한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25세 여성 프레디(박지민 분)가 우연히 자신이 태어난 서울에서 어쩌다 한국 부모를 찾게 되는 이야기다.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이비 추 감독이 연출하고 프랑스 이민 2세 미술 아티스트 출신 신인 배우 박지민이 주연했다. 실제로 1살 때 프랑스로 입양된 친구가 성인이 된 후 한국에서 친부와 재회하는 자리에 동석했던 추 감독이 당시 경험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이방인의 눈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젊은 감독과 배우가 창작의 주축이 되면서 기존 해외 입양아 소재 영화와 결이 다르다. 해외 입양아가 친부모를 만나 마음의 응어리를 풀고 화해하며 끝나는 화해와 감동의 드라마가 아니다.

그보다는 주인공 프레디가 자신의 감정을 따라 저항하고 수용하고 시도하면서 자신을 재정의하는 현재진행형의 자아찾기 여정에 가깝다. 비단 입양아뿐만 아니라 유목민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자아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로 확장되는 이유다.

2020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을 비롯해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돼 해외 관객과 만난 추 감독은 "프랑스를 비롯해 홍콩, 대만, 미국 등에서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공통적인 반응이 있다"며 "젊은 세대, 특히 여성 관객이 주인공 프레디에게 깊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자기를 규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거부하는 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 젊은이가 갈망하는 것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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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인 프레디가 기상 악화로 우연히 일본 도쿄 대신 한국 서울에 도착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불어가 가능한 한국인 친구를 만난 후 애초 계획에 없던 친부모 찾기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한국은 한때 해외 입양아 수출국 1위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5년부터 2021년까지 약 17만명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한국전쟁 고아들의 비공식적 통계까지 합하면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뜻밖에도 한국이 국제입양을 가장 많이 보낸 해는 1985년(한해 8837명)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제법 살만할 때인데, 왜 입양을 보냈을까?

부모가 버젓이 살아있는 프레디도 그런 경우다. ‘리턴 투 서울’에서 프레디는 너무나 쉽게 생부를 찾는다. 처음 만난 생부와 할머니는 프레디를 입양 보낸 지난 시절을 후회하며 눈물을 훔친다. 그들의 회한이 안타까우면서도 당혹스럽다.

이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프레디의 의사는 아량곳 없이 한국에 와서 살라는 등의 제안을 하면서 프레디의 삶 속으로 훅 들어온다. 자신을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는 프레디는 이런 한국 가족의 모습이 낯설고 불편하다. 친부모와의 만남은 상처의 치유일수도 있지만,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영화에서 프레디는 한국을 세 번 찾는다. 세 번의 여정은 프레디의 내적 변화와 함께 화면의 색감 등에서도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첫 방문 후 2년 뒤인 두 번째 방문에서 프레디는 갑옷으로 무장한 여전사처럼 보인다. 그는 어둡고 매혹적이면서 여전히 배회 중인 듯 보인다.

다시 7년 후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는 직업인 무기상이 되어 다시 한국에 온 프레디는 보다 안정돼 보인다(실제로 추 감독의 친구 직업이 무기상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친부 등 한국 가족 간 거리도 한결 가까워졌다. 하지만 다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긴다.

아버지의 미묘한 태도 변화에 이어 이태원 길바닥에서 눈을 뜨는 프레디의 모습, 여러 차례 만남을 거부했던 친모와의 극적 만남과 거부의 신호 등은 다시 원점인가 싶다가도, 관계의 적절한 거리를 생각하게 만들고, 한편으론 나의 뿌리나 타인과의 관계와 상관없이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쉽지 않은 질문도 던져진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프레디를 연기한 박지민은 연기가 처음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는 등장하는 순간부터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한다. 여전사처럼 거칠면서 아름답고, 또 불안하면서 단단하다. 프랑스의 클레어 드니 감독은 “박지민은 영화와 인물과 사건에 자신을 바치지 않고 끊임없이 벗어나려 한다”고 평했다.

추 감독 역시 “유럽 영화에 아시아 여성은 많이 등장하지 않고, 몇몇 등장에도 대상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박지민이 지금까지 본 것과 다른 아시아 주인공을 연기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리턴 투 서울’은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프레디와 불어에 능숙한 토종 한국인인 테나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며 시작한다. 추 감독은 "이 영화는 얼굴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라며 “비슷한 얼굴을 가졌지만 얼마나 다른 정체성을 가진 존재인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프레디는 프레임을 벗어나려는 인물이다. 자신을 규정하는 모든 틀, 일테면 국적, 성별 등 모든 틀을 부수는 사람이다. 극중 프레디가 추는 춤은 마치 세상과, (신인 배우 박지민이 자신을 담는) 카메라와 싸우는 몸짓과 같다.”

8살에 가족과 함께 프랑스에 이민 간 박지민은 자신을 "짬뽕과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동시에 프랑스인이다. 두 개의 세계, 두 개의 문화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바로 내 작업의 본질이다."

박지민은 또 "연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출연 비화를 털어놨다. "추 감독에게 나를 추천한 친구가 이 영화가 한국서 해외로 입양된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서 많은 고민 끝에 카메라 테스트를 받았다. 이후 추 감독이 계속 내게 메일을 보냈다. 나 역시 이방인이다.
한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짬뽕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프레디를 연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본능대로 임했고 내 삶도 투영했다." 3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