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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연단에 선 라덕연…'제도권 종사자'로 오해할 만 [SG발 주가 조작사태 후폭풍]

유사투자자문업체 운영할 당시
증권사 '해외선물 전문가' 섭외
강연 자체만으로 불법 아니지만 금융당국 "투자자 오해 가능성"

증권사 연단에 선 라덕연…'제도권 종사자'로 오해할 만 [SG발 주가 조작사태 후폭풍]
'상관관계를 이용한 해외선물 투자기법.'

최근 주가폭락 사태 몸통으로 의심받는 라덕연 대표가 4년 반 전 A증권사에서 한 강연 주제다. 당시 유사투자자문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제도권 증권사에 무리 없이 연단에 섰다.

이때도 유사투자자문업을 향한 미심쩍은 시선은 존재했지만 '종종걸음' 개선에 그친 탓에 이번 주가조작 세력 탄생까지 연결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사투자자문업의 규제상 허점들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유투업자가 증권사 세미나에?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8년 12월 라덕연 호안스탁(투자자문 홈페이지명) 대표는 한 증권사 세미나에서 해외선물 관련 강연을 진행했다. 당시 라 대표는 유사투자자문 M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2019년 문을 닫았다.

라 대표의 주가조작 의혹은 최근 불거졌지만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증권사 연단에 섰다는 사실이 문제로 지적된다. 강연 자체는 금지되지 않지만 대표자 이름과 업체명이 증권사 명칭 아래 공개되는 만큼 제도권 자문사라는 착오를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상호에 금융투자, 증권, 자산운용 등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해당 증권사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업 영위 사실 자체는 연사 선정 배제 기준이 아니다"라며 "업계에서 해외선물 전문가로 불렸던 인사라 섭외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기 회원들 대상이 아니고, 법상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상장사나 금융사 등에서 강연을 못한다는 규제는 없다"면서도 "투자자들이 오해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가 일으키는 금융시장 내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신고'만으로 시작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는 투자자문업과 달리 사실상 진입 요건이 없다. 1대 1 투자자문이 금지되지만 주식 리딩방, 주식 사전매집 후 종목추천, 카피 트레이딩 등 불법행위는 여전하다. 실제 2018년 369건이었던 민원접수는 2021년 1684건으로 4배 넘게 뛰었다. 같은 기간 수사의뢰도 21건에서 278건으로 13배가량 급증했다.

직권말소가 됐어도 차명 운영이 가능하단 허점도 있다. 배우자 등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이름으로 다시 신고해도 제한은 없다.

금융당국도 점검·단속 강도를 높이곤 있다. 지난 2021년 4월엔 진입과 영업 규율을 강화하고 퇴출제도를 정비한단 관리·감독방안도 내놨다. 현재는 사전 교육이 의무화됐고 직권말소 시 향후 5년간 사업 영위가 불가능하다.

다만, 당국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만큼 법 개정도 받쳐줘야 한다. 2021년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유사투자자문업자 허위·과장 광고 처벌규정을 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계류돼 있다.

■폐지시 음성화 우려

일각에선 유사투자자문업 폐지 주장도 나온다. 실제 미국과 일본에선 모두 '투자자문' 영역으로 포섭한다. 하지만 단박에 추진할 방안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 견해다. 대부분 업체들이 투자자문 시장으로 흡수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탓에 오히려 음지에서 암시장을 형성할 수 있어서다.

금감원 관계자도 "법 개정으로 업을 삭제시킬 수 있겠으나 음성화 등 부작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당국 테두리에서 벗어나 불법행위 규제가 보다 힘들어질 여지도 있는 만큼 단계적 진행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이들이 시장 외곽으로 밀려나게 되면 등록업체가 아니므로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선에서 당국 역할이 끝날 수밖에 없다.

일단은 일제검사, 암행점검 등을 통한 불법·불건전 및 미등록 행태 적발이 필요하다.
신고요건의 상향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는 상호·대표자명, 자본·출자금, 대주주 인적사항 등만 기입하면 된다. 이처럼 허들을 높이지 못한 결과로 업자는 2015년 말 959곳에서 2021년 말 1912곳으로 2배 넘게 늘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