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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줄자 다주택자 매물 걷고 호가 올린다...매수자 “그럼 안 사”

보유세 줄자 다주택자 매물 걷고 호가 올린다...매수자 “그럼 안 사”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30일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거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총 8만8104건을 기록했다. 이 중 30대의 매입 비중은 26.6%(2만3431건)로, 이는 지난 2019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일대 모습. 2023.4.30/뉴스1 /사진=뉴스1화상


다주택자(헬리오시티 전용 84㎡ +이촌한가람 전용 84㎡) 보유세
(원)
구분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등)
2020년 재산세+도시지역분+지방교육세 약 842만원
종부세+농특세 약 2467만원
합계 약 3309만원
2021년 재산세+도시지역분+지방교육세 약 931만원
종부세+농특세 약 6311만원
합계 약 7242만원
2022년 재산세+도시지역분+지방교육세 약 1051만원
종부세+농특세 약 3816만원
합계 약 4867만원
2023년 재산세+도시지역분+지방교육세 약 822만원
종부세+농특세 약 684만원
합계 약 1506만원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


[파이낸셜뉴스]#.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A공인중개사는 최근 다주택자로부터 "매물을 회수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지난해보다 낮게 확정·공시되고 행정안전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발표하면서다. A씨는 "전용면적 84㎡ 초과 대형 평형을 소유한 다주택자 10여명에게 '보유세가 내려가 당장 안 팔려고 한다'는 전화가 왔다"며 "전용 99㎡ 경우 매물이 전체 단지에 약 6개 정도 밖에 없다. 매도시기를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다주택자들이 매물 회수와 호가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공시가격 하락 및 규제완화 정책 등으로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줄어 당장 집을 팔아야할 부담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실수요자들은 오른 호가보다 시세대비 수억원 떨어진 급매물 중심으로 접근해 확연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 세부담 완화에 급매물 회수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 강남3구 등 고가주택 밀집지역 중심으로 다주택자들의 매물 회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집값이 반등하는 지역에선 다주택자들이 호가도 올리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부담 완화가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용산구 LG한강자이 인근 B공인중개사는 "이촌동에는 잘 사는 분들이 많다. 한달 전부터 매물 회수가 있었다"며 "세금 때문만이 아니라 서울 아파트값 반등 분위기가 보이자 호가를 올렸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보유세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 국토교통부 집계 기준으로 전국 공동주택 올해 공시가격은 전년대비 18.63% 감소했다. 2005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도입 이래 가장 큰 하락폭이다. 서울 경우 전년대비 17.32%가 줄었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집값이 하락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낮춘 영향이 컸다.

또 종부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분부터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을 6억→9억원, 1세대 1주택자는 11억→12억원으로 올렸다. 중과세율도 줄었다. 최저 1.2%, 최고 6%에 달했던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종부세 중과세율을 없애 0.5∼2.7%로 단일세율로 바꾸고, 3주택 이상자의 합산과표 12억원 초과 부분에 대해서만 2.0∼5.0%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정부 보유세 완화책에 따라 2·3주택자 부담도 크게 줄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에 따르면 전용 84㎡ 기준으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용산구 한가람아파트 총 2채를 소유한 경우 올해 보유세는 약 1506만원 수준이다. 전년인 2022년(약 4866만원) 보다 69% 감소한 금액읻. 2021년(약 7242만원), 2020년(약 3309만원)과 비교해도 상당폭 낮아진 수준이다. 전용 84㎡ 기준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은마아파트, 래미안고덕힐스테이트 총 3개를 갖고 있으면 올해 보유세는 약 3821만원으로 전년(약 8691만원) 보다 약 56% 줄게 된다.

매수·매도자, 팽팽한 힘겨루기


전문가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선 매물회수, 호가 상승을 고려하는 다주택자들과 급매물 중심으로 접근하는 매수자 간 집값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등 내집마련 수요가 높은 지역 위주로 매도, 매수자간 줄다리기 장세가 펼쳐지는 양상이다. 우병탁 팀장은 "집주인은 매물을 급매로 내놓거나 호가를 올리는 등 각자 사정에 따라 다양한 매물이 나온다. 반면 매수자 측은 당장 부동산 관련 세금 부담이 줄었다고 매수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들의 매물회수, 호가상승이 지속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요가 이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있고 또 금리 수준이 비싸기 때문에 추가 매입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대신 공급과잉 우려가 없는 서울 지역 등은 '조금 더 보유를 하겠다'는 인식이 강할 수 있다. 이는 아파트값 낙폭 둔화 및 급매물 소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