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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꾼도 사기범도 아니다”...거리 나선 임대인들, 이유가[부동산 아토즈]


“투기꾼도 사기범도 아니다”...거리 나선 임대인들, 이유가[부동산 아토즈]
전국임대인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임대주택사업자가 또 이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집값을 폭등시킨 투기꾼으로 몰리더니, 이번에는 전세사기 주범으로 낙인이 찍히는 모양새다. 이런 임대인들이 최근 거리로 나섰다. 한 임대인은 “투기꾼도 전세사기 주범도 다 정부·정치권이 만든 프레임이다. 제발 자진말소라도 가능하게 해 달라고”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전한 임대차 시장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임대주택사업자 제도가 갭투자자·투기꾼·전세사기에 갇혀 갈 길을 잃고 있다.

■“등록 사상 최고”...자랑했던 정부
2018년 4월 문재인 정부 시절. 당시 국토교통부는 “3월 임대주택사업자 등록 사상 최대치 기록”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당시 국토부는 보도자료에서 “작년 12월 발표한 임대주택 등록 횔성화 시책 효과가 본격화 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임대사업자 활성화를 외쳤던 정부의 스탠스는 바뀐다. 집값을 폭등시킨 주범으로 임대사업자를 지목하면서다.

이에 2020년 6·17 대책과 7·10 대책 등을 통해 임대사업자 세금 중과, 주택담보대출금지·단기 임대 및 아파트 장기임대 폐지 등의 정책을 내놓는다.

당시 전문가들은 “다주택자가 집값을 폭등시켰고, 임대사업자를 핵심 세력으로 지목했다”며 “선량한 임대인도 도매급으로 투기꾼으로 취급했다”고 말했다. 규제가 쏟아지면서 등록임대주택사업자는 31만명(임대주택 96만가구)으로 줄어든 상태다.

“투기꾼도 사기범도 아니다”...거리 나선 임대인들, 이유가[부동산 아토즈]
2018년 4월 국토부 임대주택 사업자 보도자료.

■투기꾼 이어 이번엔 전세사기 주범?
규제 일변도였던 임대주택 정책은 새 정부 들어 바뀐다. 윤 정부는 지난해 12월말 ‘2023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매입형 등록임대 정상화 방안을 내놓았다. 핵심은 아파트 매임임대 복원과 세제 혜택을 일부 되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상화 방안이 예정대로 진행될 지는 의문이다. 이미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전세사기에 일부 악성 임대주택사업자가 연류되면서 ‘임대주택사업자=전세사기 주범’이라는 프레임이 만들어 지고 있어서다.

일부 악성 임대인이 전세사기 주범이다. 다수의 선량한 임대인조차 전세사기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세금 반환 대출마저 사실상 막히면서 연쇄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 임대인협회 설명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임대사업자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세 사기는 정책 실패가 빚은 결과다. 임대인과 피해자들이 서로 비난하는 모양새가 지금 벌어지고 있다.

“투기꾼도 사기범도 아니다”...거리 나선 임대인들, 이유가[부동산 아토즈]
나쁜집주인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뉴스1
■사업포기도 못하는 임대사업자
설상가상으로 자진말소도 못하는 게 임대주택사업자의 현실이다. 임대사업자가 되면 임대사업자 설명의무, 소유권등기상 부기등기의무, 임대료 증액제한 의무, 임대의무기간 준수의무 등 지켜야할 의무가 10여개 이상이다. 반면 자동말소를 하려면 집 1채당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감면 받았던 세 혜택도 토해내야 한다.

임대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임대사업자를 나쁜 존재로 보는 국민여론도 적지 않은데 자진말소가 가능하게 해주면 '일 잘하는 국토부'라는 환호성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임대주택사업 취지는 음지에 있던 집주인들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려 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건전한 임대차 시장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목적은 사라지고 투기꾼과 전세사기 주범만 남는 모양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주택사업 정책은 오락가락 하면서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 건전한 임대차 시장 육성·발전이 아니라 정치권과 정부가 다른 목적으로 활용한 결과”라며 “임대주택사업자 제도는 실패한 정책으로 남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건전한 임대사업자 육성을 위한 정책을 심도 있게 고민할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