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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당할라… 집주인 미납세금 확인하는 세입자 늘었다

서울 임대인 지방세 체납 조회
작년 4월 0건→ 올 4월 212건
계약전엔 임대인 동의후 확인 가능
전세사기 불안 여전, 제도개선 필요

전세사기 당할라… 집주인 미납세금 확인하는 세입자 늘었다

#. 직장인 A씨는 전셋집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 계약을 하려고 마음 먹었다. 하지만 최근 전세사기 피해가 빈번해서 걱정이 앞섰다. 고민 끝에 A씨는 거주하고 있는 자치구 내 상담센터에 상담을 했다. 계약하고자 하는 집에 임대인의 미납된 세금은 없는지 미리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A씨는 '계약전이라면 임대인 동의 하에 미납세금 조회가 가능하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계약 전이라 임대인 동의가 필요해 난관이 예상됐지만, 미납세금 여부를 확인 후 계약하기로 했다.

전세사기 우려 고조로 집주인의 미납 세금을 확인하는 임차인이 늘고 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지역에서 임대인의 지방세 체납을 조회한 건수는 212건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4월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세계약 기간중에는 임대인의 별도 동의 없이도 세입자가 집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조회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시행 첫달에 영업일 기준 하루 10건 가량 조회된 셈이다. 서울시 지방세 체납 조회건수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단 한건도 없었다. 전달 12건에 비해서도 17배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인 체납 조회는 계약 기간 중 임대인 동의 없이도 조회가 가능해지고 최근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면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4월 미납 조회건수 최다 지역은 강남구로 29건에 이른다. 이어 강서구가 18건, 송파구도 13건 등의 순이다. 금천구와 관악구 등도 10건이 넘었다. 강서구와 금천구의 경우 조회제도 시행 직전 달인 올해 3월에는 각각 2건에 불과했다.

전반적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빈번하고 대단지가 많은 지역에서 조회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지방세에는 취득세와 재산세, 지방 소득세를 비롯해 자동차세, 주민세 등 11개 세목이 해당된다. 주로 취득세와 재산세, 지방소득세 등의 비중이 크다.

다만 이 같은 제도 개선에도 전세사기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차 보증금이 1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임대차 계약 기간 이외에는 기존처럼 임대인 동의가 있어야 체납 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A씨처럼 전세 계약 전 집주인의 미납 세금을 조회하려면 여전히 동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세 사기사건 중 상당수는 집주인의 세금체납 사실을 세입자가 알지 못한 채 계약하면서 발생한다. 집주인의 세금체납이 무서운 이유중 하나가 세입자의 전입신고가 빠르더라도 추후 생긴 세금체납이 우선 변제 순위에서 앞선다는 것"이라며 "집주인 동의 없이 세금체납 여부를 조회하려면 결국 임대차 계약서가 필요하다. 따라서 계약 후라도 세금체납이 확인되면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체납 조회에 대한 보증금 범위 확대나 임대인의 개인정보보호 우려 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임대보증금이 1000만원 이하로 적어 소액인 경우 임대차 보호법 등을 통해 보장이 되고 있다. 임대인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체납 조회 후에는 집주인에게 조회 사실이 통보된다"고 설명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