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대관령양떼목장 / 한국관광공사 제공
"목장길 따라 밤길 거닐어/ 고운님 함께 집에 오는데/ 스타달라 붐바 스타달라 붐바 품품품…" 가수 김세환이 불러 유명한 동요 '목장길 따라'는 사실 작자 미상의 슬로바키아 민요를 번안한 노래다. 미국에서는 '워킹 앳 나이트(Walking at Night)', 일본에서는 '목장의 작은 길(牧場の小道)'이라는 제목으로 널리 불려졌다.
한국관광공사가 5월에 가볼만한 추천 여행지로 전국 곳곳의 목장 5곳을 엄선했다. 서울 인근의 원당목장을 비롯해 태백 몽토랑산양목장, 평창 애니포레, 증평 벨포레목장, 화순 무등산양떼목장 등이다. 싱그러운 5월, 번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목장길을 따라 걷다보면 김세환이 부른 그 노래가 문득 떠오를지 모른다.
서울 도심에서 조금 벗어나면 말들이 뛰노는 경기 고양 원당목장이 나타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에서 가까운 고양 원당목장
경기 고양 원당목장은 서울 근교의 피크닉 명소로 유명하다. 이곳은 1984년 한국마사회가 경주마를 육성하고 사육할 목적으로 조성했는데, 이국적인 경치로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업무 시설이라 개방 구역이 제한되지만, 목장을 즐기기엔 불편함이 없다. 피크닉존, 포토존, 벤치 등이 있어 쉬엄쉬엄 돌아보기 좋다. 음식물과 돗자리 반입이 허용되며, 일반인 출입 구역에서는 어디든 피크닉이 가능하다. 바로 옆에 조선시대 왕릉인 서삼릉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또 멀지 않은 곳에 인현왕후와 장희빈 등이 묻힌 서오릉이 있다. 창릉·경릉·명릉·익릉·홍릉 등 조선시대 다섯 능이 있는 이곳은 나무가 울창해 봄날 피크닉 장소로 손색이 없다. 아이와 함께라면 일산신도시 개발 당시 가와지마을에서 발견된 볍씨를 테마로 꾸민 고양가와지볍씨박물관을 추천한다. 알파카농장, 비단잉어관, 고양민속박물관, 무박캠핑장 등을 갖춘 배다골테마파크도 아이들에겐 최고다.
강원도 태백 몽토랑산양목장에서는 장비와 소품을 빌려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유산양과 함께, 태백 몽토랑산양목장
강원도 태백에도 봄 피크닉 장소로 안성맞춤한 목장이 있다. 지난 2021년 문을 연 몽토랑산양목장은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곳이다. 해발 800m에 자리해 맑은 공기와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고, 초원에서 하얀 유산양이 노니는 목가적인 모습이 평온하다. 유산양은 온순하고 친화력이 좋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금방 잘 어울린다. 몽토랑산양목장은 먹이주기 체험을 초원에서 한다. 남다른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소품을 대여하는 피크닉 세트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선한 산양유 맛보기도 잊으면 안 된다.
몽토랑산양목장에서 자동차로 7~8분 거리에 태백 용연굴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920m)에 있는 동굴이다. 구문소(천연기념물)도 독특한 지형이 눈길을 끈다. 암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동굴 모양으로, 그 아래 깊은 웅덩이가 있다. 석탄산업이 호황이던 시절을 보여주는 철암탄광역사촌도 가볼만하다.
강원도 평창 애니포레에는 귀여운 알파카들이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귀여운 알파카와 만나자" 평창 애니포레
국내 최대 규모의 스키장으로 유명한 강원도 용평리조트가 모나용평으로 변신해 사계절 종합 웰니스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동물과 숲이 조화를 이루는 애니포레가 그 중심이다. 발왕산 중산간에 자리한 애니포레는 알파카, 양 등이 뛰노는 목장과 수령 50년이 넘는 독일가문비 군락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알파카모노레일을 타고 올라 마주하는 애니포레에서는 가문비치유숲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고, 의자와 선베드 등에 앉거나 누워 피톤치드 삼림욕을 할 수 있다. 숲 가장 깊숙한 곳에서 만나는 목장을 찾아 알파카와 교감하는 것도 잊지 말자.
발왕산 정상부에는 모나파크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핫플레이스, 발왕산 기(氣)스카이워크가 있다. 전망대를 중심으로 천년주목숲길이 조성돼 둘러볼 만하다. 애니포레와 분위기가 다른 목장을 찾아보고 싶다면 대관령양떼목장이 제격이다. 유럽 감성이 가득한 티롤빌리지에는 인형·피규어 전시가 열리는 비엔나인형박물관이 있다.
충북 증평 벨포레목장을 찾은 아이들이 양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동물과 다정한 교감, 증평 벨포레목장
신록의 싱그러움을 느끼고 싶다면 충북 증평에 있는 벨포레목장으로 향하자. 이곳은 휴양관광단지 벨포레리조트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공간이다. 보어염소와 오리, 거위 등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하고, 너른 방목지엔 면양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먹이주기와 승마 체험도 흥미롭지만, 양치기 개로 유명한 보더콜리의 양몰이 공연은 꼭 놓치지 말자. 늑대로 변장한 사육사가 새끼 양을 훔치는 퍼포먼스와 영특하고 민첩한 보더콜리의 양몰이 기술이 볼거리다. 거위와 오리, 염소가 런웨이를 누비는 듯한 동물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최근 개장한 네스트조류관과 야외가금류장에서는 청금강앵무, 공작, 금계 등 조류와도 교감할 수 있다.
보강천미루나무숲은 널찍한 꽃밭을 가꿔 사진 찍기 좋다. 건너편 독서왕김득신문학관에서는 조선 중기 문인 김득신의 일대기와 마을 주민이 참여한 공공 미술작품을 볼 수 있다. 아기자기한 미니어처로 꾸민 증평자전거공원도 사진 촬영지로 유명하다.
전남 화순 무등산양떼목장 /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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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떼가 뛰노는 화순 무등산양떼목장
무등산양떼목장은 안양산이 화순 땅을 향해 벌린 너른 품의 시작점에 자리한다. 호남을 듬직하게 끌어안은 무등산이 남쪽으로 줄기를 뻗어 이룬 산이 안양산이다. 양떼를 만나기 전, 당나귀·유산양·토끼 등 초식동물 몇 종이 사는 울타리와 축사를 볼 수 있다. 축사를 지나면 초원이 펼쳐진다. 언덕 저편으로 관리사가 보이는데, 이곳을 기점으로 길은 내리막으로 접어든다. 길 끝이 양떼에게 먹이를 주는 체험장이다. 무등산양떼목장에는 현재 양 150여마리를 방목한다. 그중 태어난지 1년 남짓한 양들이 건초먹이주기 체험장에 있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먹이주기에 여념이 없다.
화순에는 가볼만한 유적지도 많다.
16세기에 지어진 영벽정은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운치 있는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정암조광조선생유배지는 중종 때 활약한 조광조가 생을 마감한 장소다. 또 화순고인돌유적지에서는 선사시대 돌무덤을 확인할 수 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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