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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뺏긴 삼성·SK, 'DDR5'로 판 뒤집는다

주도권 뺏긴 삼성·SK, 'DDR5'로 판 뒤집는다
[서울=뉴시스]삼성전자가 업계 최선단 12나노급 공정으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했다. (사진 = 삼성전자) 2022.12.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시장 한파로 재고 증가, 판가 하락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전 카드로 차세대 D램 규격인 서버용 DDR5 투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 온라인 판매 플랫폼에서 서버용 DDR5 128GB 제품 판매 가격은 1000달러 이상이다. 한 전자기기 부품 사이트에서 삼성전자의 서버용 DDR5 128GB 제품은 121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73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삼성의 서버용 DDR4 64GB 제품과 가격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감산에 나선 제품 대다수도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DDR4 등 구형 공정에 집중돼 있다. 메모리 제조사들은 수요 부진 속에 재고 소진을 위한 출혈 경쟁도 벌이고 있다. 분기마다 이뤄지는 가격 협상에서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고객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메모리 제조사들은 주요 고객사들과 매 분기 첫 달에 새 분기 계약 협상을 진행한다. 최근 협상에서 칩 제조사들은 손익분기점 수준에서 제품을 공급하며 수익성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기업 간 도매가격인 고정거래가격은 3월보다 19.89% 하락한 평균 1.45달러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메모리 제조사들은 첨단공정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4분기 기준 전체 PC·서버용 D램 수요 중 DDR5 채용 비중은 20% 초반 수준으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도 올해 DDR5 128GB 이상 고용량 서버 모듈 매출이 지난해보다 6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도 전년 대비 50% 성장을 점쳤다.

DDR5 개화를 이끌 핵심은 서버용 시장이다. 다만, 전체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이 DDR5를 지원하는 차세대 CPU인 '사파이어래피즈'를 출시했지만,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재고 조정과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며 상반기 교체 수요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 그럼에도 중국 시장 수요 반등,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으로 하반기 서버용 DDR5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초거대 AI 서버 구축에는 주로 128GB DDR5 제품이 들어간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전체 D램 시장에서 DDR5 비중은 지난해 3%에서 내년 27%로 크게 늘어나 DDR4(23%)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부진에 허리띠를 졸라맨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하반기를 기점으로 초거대 AI 서버 구축을 위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