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거제 옥포조선소서 임시 주총
사명 변경, 사내이사 선임 등 처리
45년 동고동락 '대우' 떼고 '한화오션'
김동관 부회장 한화오션 경영 참여
당장 관건은 경영 정상화, 노사 합의
노조는 고용보장, 단협 승계 확약 요구
한화는 고강도 혁신안, 사기진작책 낼듯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3일 사명이 한화오션으로 바뀐다. 대우를 떼낸 것은 45년 만이다. 대우조선해양 소속 및 협력사 직원들이 지난 12일 오전 7시30분 옥포조선소 서문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우조선해양이 대우를 떼고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범하는 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소속 및 협력사 직원 2만5000여명이 작업복에 남색의 '대우' 마크(DSME)를 달고 동고동락한지 45년 만의 변화다.
■옥포조선소 "이번엔 진짜 달라" 기대감
15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사명 변경, 이사 선임, 해운업 등 사업 목적 추가 등의 안건을 처리할 임시 주주총회를 앞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본사(옥포조선소)는 차분하면서도 고무된 분위기다. 한화의 핵심그룹사로 편입돼 "이번에는 다르다.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현장 분위기를 종합하면, 최근 1~2년새 일감이 늘면서 대거 빠져나간 생산직 인력들이 조금씩 유입되며 조선소는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옥포조선소 관계자는 "한화에 인수됐으니 이제는 사업적, 재정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게 가장 달라진 점"이라고 했다.
옥포조선소는 한화가 조선업을 그룹 핵심 사업축으로 키우겠다는 진정성을 믿고 있는 분위기다. 조선소 관계자는 "한화가 선박 엔진업체인 HSD엔진까지 인수하면서 조선사업 확장 의지가 분명하구나 하는 생각을 직원들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여년간 산업은행 산하 주인없는 기업이었다. 분식회계, 경영진 구속 등 도덕적 해이로 기업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다. 혈세(공적자금)만 축내는 기업으로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대우맨'이라는 자부심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명이 '한화오션'으로 바뀌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 우선 조선소의 상징인 주황색의 골리앗 크레인에 'DSME'는 사라진다. 작업복 오른쪽 가슴에 붙은 로고는 도전을 상징하는 한화그룹의 주황색 CI로 바뀐다. 영문은 'Hanwha Ocean'.
■인력 확충, 노조와 협상이 당장 큰일
한화그룹은 최단시간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태세다. 경영진부터 대거 교체한다. 23일 주총에서 기존 이사진은 모두 물러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경영에 직접 나선다. 한화오션 대표는 정통 한화맨인 권혁웅 한화그룹 부회장이 투입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수십년 체화된 공적자금 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한번에 바뀌는 것인데, 내부 진통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큰 일은 인력 복원과 노조와의 협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수년간의 대불황에 설계, 연구개발 등 전문인력이 대거 떠났다. 1만명을 넘었던 임직원(대우조선 소속)은 현재 8700명으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제공
대우조선 한 직원은 "용접 숙련공들은 일거리가 없어 평택 삼성공장 건설현장 등으로 모두 흩어졌다. 설계 등 경력 직원들은 경쟁사로도 많이 옮겼고, 전기·화공 등 엔지니어들은 전문분야 제조기업으로 제각각 흩어졌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임금 격차가 컸다"며 "그 쪽에서 경력직을 뽑는다하니 젊은 직원들이 많이 흔들렸다"고 했다. 대우조선 임직원들 최근 2~3년 임금이 동결됐다.
한화는 전문인력 확보에 가장 먼저 나설 방침이다. 대우조선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로 이직한 직원들 중에 복귀(파견)를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대우조선은 이달부터 설계 등 신입 직원 및 경력 생산직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는 앞으로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조선 3사간 인력 지키기와 빼가기 싸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옥포조선소와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관계자는 "인력 빼가기를 가장 예민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한화, 고강도 혁신-사기진작 카드 양손에
한화는 주총 직후 대규모 조직 개편과 함께 고강도 경영혁신 방안 및 지역사회 기여 방안을 내놓는다. 사업적으론 부진한 상반기 수주(4월말 목표치 69억달러의 15% 달성)를 만회하기 위해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가 지난 4일 거제시청 브리핑룸에서 대우조선 매각에 대한 한화의 공식 입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지회 제공
강성 노조와의 협의도 최대 관건이다. 인수 본계약 이후 노사가 공식적으로 처음 마주앉는데, 사측이 낼 대우조선 혁신안과 노조의 요구사항에 따라 양측의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기싸움이 시작됐다는 분위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지난 4일 "한화는 구성원의 사기 진작과 거제지역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 조건으로 고용 보장, 단체협약 승계 등을 구두로 약속했는데, 이를 확약하자는 것이다.
한화는 임직원 인센티브 확대, 임금 인상 계획 등 몇 가지 사기진작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변수는 한화가 임직원이 1만명 가량 되는 단일 사업장 및 강성 노조와의 협상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업계와 지역사회는 한화오션이 노사 합의의 첫단추를 어떻게 끼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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