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메탄올 추진선. HD한국조선해양 제공
[파이낸셜뉴스] 메탄올 추진선이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떠오르면서 저가공세를 앞세운 중국 조선사들이 수주에 뛰어들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 엔진 기술에서 우위를 점한 한국과 이를 뒤쫓는 중국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15일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최근 중국 양지장 조선과 8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에 대한 건조계약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여기에는 옵션 4척도 포함돼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이전까지 머스크가 발주한 총 19척의 메탄올 추진선은 모두 한국 조선소가 가져간 바 있어 중국 조선사와 메탄올선 계약이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머스크는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메탄올 추진선을 각각 18척, 1척씩 발주한 바 있다.
머스크는 낮은 선가와 짧은 인도기간을 고려해 중국 조선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사가 제시한 메탄올선 가격은 1억3000만달러 이상이지만 중국은 약 1억1500만달러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 조선사는 3년치 일감을 꽉 채워 2026년 하반기부터 인도가 가능하지만, 중국은 도크에 여유가 있어 2025년 말~2026년 사이에 인도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의 추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분위기다. 메탄올 추진선의 핵심인 메탄올 추진 엔진 기술력에서 한국이 월등히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별도의 엔진사업부를 가지고 메탄올과 디젤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메탄올 이중연료 엔진을 생산 중이다. 이를 토대로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최초로 대형 컨테이너선에 메탄올 추진 엔진을 탑재하는 등 관련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탄올 추진선의 글로벌 발주 물량을 50% 이상을 국내 조선소가 수주하고 있다"며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 조선소들이 국내 선박용엔진생산업체에서 제작한 메탄올 추진 엔진을 납품받아 선박을 건조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중국 조선소들이 저가 물량을 가져가면 국내 조선사들이 보다 고가의 수익성 높은 선박을 수주하는데 유리한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메탄올선의 시장 전망은 밝다.
프랑스 해운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메탄올 추진선 시장은 청정연료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오더북에 93만TEU급 68척, 주문량 기준 12%를 기록하고 있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 연료유에 비해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온실가스 25%를 줄일 수 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